[기자수첩]­`해당화`와 소프트웨어

윤대원

 중국 베이징에는 ‘해당화’라는 북한음식점이 있다. 이곳은 연일 북적댄다. 이곳이 인기 있는 것은 ‘접대원 동무’라고 불리는 북한 여성 종업원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북한이라는 막연한 호기심 때문도 아니다. 이 식당을 기억하고 추천하는 사람들은 ‘해당화’의 소라신선로, 김치, 냉면 등의 음식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식당이 음식에 자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해당화의 이 같은 경쟁력은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잡아야 하는 국내 소프트웨어업체에도 이는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 수년간 적지않은 국내 소프트웨 업체가 중국을 드나들며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다. 중국이 결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중국 공략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크고, 중국인의 내수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특히 중국은 ‘관시’(關係)가 중요해 당간부 등 관료를 통하지 않고서는 물건팔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이 부분에 노력을 기울인 국내 업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현지에서 듣는 얘기는 좀 다르다. 바로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에 들어 왔던 상당수의 한국 소프트웨어가 이렇다 할 제품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이에 따라 판매가 부진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구매한 중국의 한 통신업체 구매담당자는 “한국 업체의 규모나 영업력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다만 제품이 좋기만 하면 산다”고 잘라 말했다.

 베이징에서 5년째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을 판매하는 국내 업체 관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 업체는 진출 초기부터 오로지 현지에서 통하는 품질에만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막대한 영업과 ‘관시’를 동원하지 않고서도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해당화를 찾는 손님 중에는 중국인도 적지 않다. 해당화의 맛난 음식이 중국인들에게도 통하는 것이다. 한국 소프트웨어도 본연의 품질에 올인하기만 하면, 전 세계 IT시장 기린아라는 중국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베이징(중국)=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