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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휘성 한국IBM 사장(46)의 말에는 ‘힘’이 실린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짧게 떨어지는 경상도 특유의 말투가 우선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준다. 게다가 자기 철학이 뚜렷하다. 예스와 노가 분명해 자칫 ‘아집’으로 비칠 수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강점이다. 그만큼 소신이 있다는 인상을 준다. 대화를 이끌고 주도하는 면에서 리더십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한 인상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사장이 풍기는 ‘열정’ 때문이다. 한 지인의 표현처럼 ‘쿨(Cool)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가장 적합하게 맞아떨어지는 인물이다.
IT업계의 대표 글로벌 기업 ‘IBM’의 새로운 수장 이휘성 사장이 취임한 지 꼭 1년을 맞았다. 그는 지난해 1월 한국IBM의 지휘봉을 잡았다. 84년 시스템 엔지니어로 입사해 20년 만이다. IBM이라는 공룡 기업, 게다가 보수적으로 알려진 IBM 기업문화에서 40대의 젊은 CEO는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표 취임 1년이지만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IBM 이미지를 바꿔 나가는 데 성공했다. 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지금 IBM의 대표 슬로건인 ‘이노베이션(혁신)’ 이다. 한국IBM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늘 ‘혁신 전도사(이노베이터)’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각종 세미나에서 강연회, 심지어 방송 출연까지 그는 지겹도록 혁신을 외치고 다녔다.
“기술 발명과 비즈니스 통찰력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게 혁신입니다.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IT가 일반화됐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기업을 둘러싼 주변환경이 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혁신은 발명과 통찰력이 교차할 때 일어나는 새로운 가치라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서는 종전의 방법과 다른 통찰력, 창의력,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혁신을 위해서 개인은 소프트웨어적 경쟁력, 창의적 역량, 글로벌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사회나 제도 측면에서는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 맞는 지원 체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관행이나 지나치게 한쪽만 강조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한 ‘처방전’도 가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혁신은 ‘협업’에 의해 발생합니다. 한 기업· 연구소가 모든 핵심역량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웃소싱이 점차 일반화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미 IBM만 보더라도 인사는 필리핀 법인에서, 생산은 중국 법인 식으로 해당 분야에 가장 경쟁력 있는 쪽에 특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IBM 플랫폼을 기반하는 대신에 가장 효율적인 지역에서 이를 전담해 최대의 생산성을 올리는 식이지요.”
혁신 전도사로 1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이 사장은 지난 기간은 비즈니스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한 해였다고 총평했다.
“일시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근본 해결책을 찾은 한 해였습니다. 대내외로 투명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프로세스와 관리 체계를 확립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앞으로 5∼10년 한국IBM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 마디로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암묵적으로 묵인되는 불합리한 요소를 깨뜨리는 데 주력한 첫 해였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물량 위주의 밀어내기, 총판 줄 세우기’ 등을 근절하고 내부적으로 재택근무제·수시 인사제 등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올해 최대 경영목표가 ‘혁신활동 실행’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IBM은 경영과 기술 혁신의 파트너라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 며 “올해는 혁신과 실행역량을 고루 갖춘 ‘양손잡이 경영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경영 화두는 혁신이었습니다. 올해는 이를 보여 주는 한 해입니다. 비즈니스 이슈를 정확히 짚어내고 산업별 전문 지식과 서비스 역량을 통해 고객에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해 비즈니스 성공 파트너로 IBM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겠습니다.”
지금까지는 IBM을 ‘이노베이션 파트너’로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실제 이를 보여주는 첫 해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위해 올해 ‘성공을 위한 혁신(Innovate to Win)’이라는 주제로 △고객 성공을 위해 한 팀으로 일하고 △경쟁에서 이기며 △변화를 기회로 삼고 이를 즐기고 주도한다는 세 가지 우선 사업 순위를 확정했다. 또 잘하던 일을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는 실행 역량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혁신 역량을 골고루 키워나갈 계획이다. ‘IBM 유비쿼터스 컴퓨팅 연구소’를 기반으로 텔레매틱스· 전자태그(RFID)·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 기반 기술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더욱 다그쳐 글로벌 IBM에서 테크니컬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도 앞장선다는 생각이다.
이휘성 사장은 “IBM 최대 역량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컨설팅을 통합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IBM맨 즉 ‘사람’” 이라며 “혁신 파트너로 새 IBM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