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21세기 생존전략 SW산업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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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국방통신콘퍼런스(MILCOM2005) 참석차 미국 애틀랜틱시티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우연찮은 기회에 미국에서 회계사로 있는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르게 됐다. 그 회사는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으로, 회계 관련 소프트웨어(SW)를 공급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미국 뉴저지뿐 아니라 인도에도 지점을 두고 있었다. 신생기업이 해외지사, 그것도 인도에 지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해 회계사 친구에게 그 연유를 물어봤다.

 그에 따르면 인도 지점에서는 주로 SW 개발을 분담하고 있으며, 인도의 탁월한 SW기술 덕분에 다양한 고객욕구를 충족시키는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흡족해했다. 인력이나 매출이 얼마 되지 않는 이렇게 작은 기업도 인도에서 SW를 아웃소싱하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미국과 인도가 앞서가고 있는 SW산업에서 우리의 생존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창조적인 분야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높임과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SW 비즈니스가 자유로이 발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이미 강자들이 점거하고 있는 기존 비즈니스의 룰을 존중하면서 우리의 참여 지분을 점차 높이고, 나아가서 새로운 부가가치 및 고용 창출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인도로부터의 SW 아웃소싱 활성화를 넘어서 인도와 같은 SW 허브국가로 가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국가 이미지 측면에서도 SW 과소비국이라는 그리 달갑지 않은 칭호에서 창조적 디자인 생산국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우리 기술 인력의 탁월한 유연성과 글로벌 기업의 강력한 마케팅 능력 및 선도개발체제 그리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적절히 어우러진다면 SW산업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전통적인 SW산업의 굴레를 넘어설 수 있는 역량을 우리가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 바로 온라인 게임 산업이다.

 우리의 브로드밴드 인프라와 고유의 놀이문화가 빚어낸 온라인 게임은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사실상 신산업을 창조했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SW 테스트베드로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절한 규모의 인구, 이상적인 브로드밴드, 모바일 인프라를 갖추고 있을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기꺼이 베타테스터를 하고자 하는 젊은 인력으로 넘쳐난다. SW의 다방면적인 활용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욕구가 넘치기 때문에 다양한 역기능 발생과 역기능 방지가 동시에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MS·IBM·오라클·SAP를 비롯한 세계 유수 SW업체가 우리나라에 연구소를 설립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작년에 방한한 존 첸 사이베이스 회장은 자신의 모국인 홍콩보다 한국에 먼저 연구소를 설립하려는 계획에 대해 홍콩 정부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첸 회장은 모바일 분산 처리기술은 한국에서 테스트해야 전세계로 진출할 수 있다는 신념하에 한국 연구소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적인 SW기업들로부터의 연구소 유치는 우리나라가 세계적 SW 연구개발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줬다.

 SW인력은 한마디로 다다익선이다. 순수 SW산업뿐 아니라 전 과학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SW를 잘 활용하고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자동차 개발에서 투입인력의 30% 이상이 SW인력이라고 한다. 순수과학도 체계적인 관리 툴로서의 SW와 개발, 분석용 각종 SW에 대한 투자가 결국 남보다 앞설 수 있는 비결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21세기 세계 일류 국가 대열에 진입하려면 SW산업 기반을 확실히 다져둬야 한다.

◆송정희 정보통신부 IT정책 자문관 jhsong99@mi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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