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배
재정경제부가 지난주 금요일(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2006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대통령에게 (서면)보고한 업무계획을 공개한 것은 재경부가 처음이다.
업무계획은 재경부가 올 한 해 1년간 어떤 업무를 펼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으로서는 지대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해 발표는 금요일에 했지만 보도시점은 월요일(6일)로 잡았다.
이날 브리핑은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한·일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일본 출장중이어서 박병원 제1차관을 통해 이뤄졌다. 박 차관 이외에도 국과장 20명 안팎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 내용을 듣고 남은 것은 ‘도대체 왜 했는지’하는 의문뿐이다.
이날 발표한 업무계획은 전혀 새로운 것이 없었다. 재경부 측에서도 “작년 말 확정한 경제운용방향 중에서 우리 부처와 관련된 내용이 정리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질의응답에서는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박 차관의 답변은 ‘기다려주기 바란다’ ‘앞당겨 알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연중 검토를 해서 추진해야 할 사항이다’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별히 바뀐 건 없다’ 등 취지에 걸맞은 대답은 사실상 없었다.
심지어 박 차관은 정확히 파악이 안 되는 질문에 대해 실무자(사무관)에게 답변을 부탁해 놓고 “확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대답하라”며 회피를 지시하기도 했다. 당연히 실무자는 지시에 충실히 따랐다.
결국 재경부 정책홍보관리관실 측은 “질문을 해달라고 하기가 죄송스럽다”며 급히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정부 각 부처는 올해부터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를 청와대의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을 통해 서면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장차관과 실국장 등 해당 부처 고위 관료들이 청와대로 가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던 것에 비해 매우 간소화됐다.
과연 대통령의 질의에도 이렇게 대답했는지 아니면 대통령은 질의를 하지 않아서 쉽게 넘어갔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경제과학부·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