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통부가 긴장해야할 이유

승승장구 진정통號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정보통신부가 피곤하다. 부처별 업무평가에서는 항상 ’최우수’를 놓치지 않는 우등생이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부처의 위상과 체면이 달린 정책적 승부는 여타 부처나 국회, 심지어 여론의 압박에 시달린다. 갈등과 충돌의 한 복판에 서 있다. 정치권보다 더 큰 조정력과 통합력을 요구받고 있다. 과거처럼 IT정책을 틀어쥐는 독점적 질주와 박수세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환경이 바뀌었다지만 정통부로서는 유례 없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사적체라는 또 다른 불만요인도 잠복해 있다.

 단말기 보조금 정책과 통방융합 문제가 상징적이다. 보조금을 계속 금지할 것인지 아니면 전면 허용토록 일몰처리할 것인지 논쟁은 수그러들줄 모른다. 정통부는 충분한 검토와 사전 정지작업을 거쳐 규제를 지속하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다른 데도 아닌 같은 정부부처가 먼저 브레이크를 걸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놓고 반대 논리를 펼쳤다. 우여곡절 끝에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졌다. 한숨 돌리는가 했지만 이번엔 규제개혁위원회가 벽이었다. 소비자 후생을 외면하고 불필요한 규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공정위 시각과 다르지 않다. 민간위원들이다 보니 독립적 판단이 가능했다. 정부 부처간 어렵사리 마련한 정책대안을 뭉개는 것에 부담을 가졌는지 몰라도 마지막 순간 규개위도 추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가뜩이나 말 많은 동네에 뜨거운 감자가 등장한 셈이다. 과기정 위원들의 의견도 제각각으로 나뉘었다. 부정적 입장이 많았다. 의원별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한다. 아예 ‘처리 불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정부 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원안 통과’를 천명했지만 여당내에서도 다른 소리가 나온다. 다시 한번 정책 토론회가 열리고 입씨름이 계속된다. 정통부로서는 단계마다 맞닥뜨리는 똑같은 반대 논리에 대응하는 것이 지겨울 정도가 됐다. 몇번의 장애물을 넘어왔지만 결승선 통과가 만만치 않다. 어차피 보조금 문제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선의 선택, 정책적 선택의 범주다. 그럼에도 공방이 되풀이되는 것은 둘 중 하나다. 정부안이 아예 잘못됐거나 정통부의 설득력에 이상경보가 켜진 것이다.

 통·방융합 역시 비슷하다. IPTV에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케이블사업자(SO)에 이르기까지 컨버전스 추세의 관할 및 규제권을 싸고 전방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주로 방송위원회가 대상이다. 이 부분은 기존 산자, 문화부 등과의 영역 다툼과는 격이 다르다. IT주무부서로서 정통부의 위상, 나아가 부처 존속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활을 건 논리 싸움의 배경이다.

 최근 차관 인사의 여파도 있다. 김종갑 산자부 차관과 유진룡 문화부 차관은 IT분야 관심은 물론 직접 정책을 담당했던 사람들이다. 특히 산자부는 역대 최고라는 이희범 장관이 물러나지만 여당 당의장을 지낸 거물 정세균 장관에 최강의 정책가로 꼽히는 김 차관 라인으로 바뀐다. 정통부와의 매치업이 볼 만하게 됐고 두 부처는 대 국민 서비스와 IT산업 진흥을 두고 피말리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콘텐츠 분야의 문화부도 공세적 IT전략이 예상된다. 이미 통신분야를 블루오션으로 간주하는 듯한 ’강적’ 공정위를 의식해야 하는 정통부로서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다.

 요즈음은 IT가 거의 정치 수준이다. IT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이고 또 전문가를 자처한다. 정통부에는 ’시어머니’와 ’사공’이 하염없이 늘어난다. 그래도 어깨 늘어뜨려서는 안된다. 국민은 부처간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즐길 권리가 있고 그것을 요구한다. IT 주무부처 소리 계속 들으려면 한층 더 분발해야 한다. 승승장구하던 진대제 정통부호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이택 편집국 부국장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