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미디어 규제` 거시적 고찰을

새해가 밝았지만 미디어 업계는 어제가 오늘 같은 지난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군 IPTV의 성격 규정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2월 임시국회에선 이런 논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규제기관과 국회의원이 입법발의한 법안을 비롯, 지금 준비중인 법안까지 통·방융합 서비스에 대한 성격규정은 이제 법안 싸움으로 귀결되고 있는 듯하다. 논쟁 종식을 위해선 그간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던 IPTV와 디지털케이블TV의 유사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통·방융합 서비스에 해당하는 규제의 문제점으로는 크게 규제의 공백과 미비 그리고 중복을 들 수 있다. 통상적으로 준이나 핌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인 규제공백 사례다. 특별한 규제 없이 바로 시장에 진입한 형태다. 반면 케이블TV는 기존 방송법과 통신법의 규제를 모두 받아, 규제 중복에 해당한다. 케이블TV는 내용심의나 편성규제를 방송법에 의거해서, 유선설비기술기준에 대한 사항은 정보통신부 장관령에 의한 통신법으로 규제받고 있다.

 케이블TV사업자가 초고속인터넷사업이나 인터넷전화(VoIP)사업을 할 경우엔 통신법의 전기통신사업자 중 기간통신사업자의 의무를 지게 된다. 허가를 통한 진입규제와 각종 기술규제 등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의무를 지며 통신시장에 진입하게 되므로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를 통틀어 심한 중복규제를 받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케이블TV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IPTV를 규제 미비의 범주에 놓고 새 법안을 만든다는 것은 기존에 존재하는 서비스를 마치 새로 만들어낸 것처럼 꾸민 포장술에 지나지 않는다. 즉 규제 미비의 사례에 해당하려면 그 서비스가 이전의 것과는 아주 달라 기존의 규제 틀에서 논의될 수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단이 내려졌을 때 적용되는 개념이다.

 IPTV는 그러나 기존 규제의 틀에 적용될 수 있는지 혹은 동일한 서비스가 기존에 어떤 규제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 없이 무조건 새 서비스이므로 새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IPTV가 과연 신규서비스인가’라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모두 신규서비스라고 하니까 그렇다’라는 식으로 흘러 온 것이 문제다. 따라서 IPTV가 이전 서비스와는 전혀 다른 새 서비스인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IPTV 실체를 따져보면 기술의 진화에 따른 물리적인 결합 방식의 서비스일 뿐, 새 서비스는 아니다. 실시간 방송뿐 아니라 VOD 서비스 역시 전송 주체가 전화망을 통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편성한다는 의미에서 전통적인 방송의 개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채널 방송을 주요 애플리케이션으로 채택하는 한 현재 종합유선방송사(SO)들이 추진중인 디지털케이블TV의 서비스 속성과 동일하다. 때문에 IPTV가 규제 미비의 성격을 가지고 새 규제의 틀에 적용돼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SO는 동일한 서비스를 수행하면서 오히려 규제 중복 상황에 처해 있다. SO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는 올 7월에 정보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사업자의 역무를 수행하기로 예정돼 있으며, 케이블폰 사업은 기간통신사업자의 면허를 신청하고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방송법상에선 내용규제와 편성규제를 받는다. 또 외국자본과 겸영의 제한을 받고 전체 지역 사업권역의 5분의 1을 초과할 수도 없다. 결국 SO는 통신서비스는 통신법으로, 방송서비스는 방송법에 의거해 규제를 받고 있다. IPTV도 이렇게 하면 된다. 동일한 서비스이므로 SO가 적용받고 있는 규제의 틀에서 동일하게 적용받으면 문제는 간단하다.

 기존 규제 체계에서 얼마든지 적용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굳이 제3의 법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것은 물론 산업논리 때문이다. 통신사업자는 수용자 복지를 위해서라도 하루 속히 규제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수용자가 IPTV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통신사업자가 새 시장과 수요를 창출키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여러 형태의 사업 중 하나일 뿐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진정 수용자와 국가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한운영 케이랩스 센터장 wyhan@klab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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