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일렉트로닉스 국내영업본부는 요즘 바쁘게 돌아간다. 지난해 말 여의도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한 뒤부터 왠지 분주해졌다. 삼성전자·LG전자와 국내 가전시장을 놓고 다투던 옛 영광을 되찾자는 각오가 곳곳에 묻어난다.
국내 영업과 마케팅을 맡고 있는 김홍업 이사(CMO)도 자신감에 차 있다.
“지난해까지 국내 시장점유율은 9∼10%입니다. 올해에는 1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장점유율이 10% 정도면 소비자가 그 브랜드의 존재를 아는 수준이죠. 20% 이상이 되면 그 브랜드를 재구매하는 등 일종의 충성도가 생깁니다.”
그는 옛 대우전자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 시장점유율 20%대로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겨루던 때를 떠올렸다. 올해 15%까지 올리면 잘하면 내년부터 다시 ‘빅3’ 대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이사는 지난 84년 대우전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베트남 법인장으로 나가 있던 5년 남짓을 제외하곤 줄곧 국내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이다.
“지난 99년 이후 4년간 워크아웃 상태에서 제자리 걸음만 했어요. 경쟁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쭉쭉 뻗어나갈 때 좌절을 맛봤지요. 하지만 이젠 제법 해볼 만해요. 신제품을 속속 발표하면서 세탁기나 냉장고 등 백색가전에서는 이젠 풀 라인업이 갖춰졌어요. TV도 올 상반기만 지나면 경쟁사와 맞붙을 수 있는 전열이 정비됩니다.”
국내영업을 전쟁에 종종 비유하는 그는 대우일렉의 전술은 ‘근접전’에 맞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광고 마케팅의 열세를 고객과 1대1 커뮤니케이션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대우일렉은 이를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아예 영업사원 대신 ‘대우 스페셜리스트(DS) 사원’이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기존 영업맨의 틀을 깨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문가로 거듭나자는 취지에서다. 매월 한 차례씩 교육도 강화됐다. 물론 DS사원의 인센티브 수당을 올리고, 수시로 시상식을 가지며 동기 부여와 함께 자부심도 심어줬다.
“막대한 광고예산을 집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밀착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어요. 한 발의 탄환도 정확하게 쏘아야 한다는 심정이었죠.”
그는 지금은 대우일렉이 조금씩 힘을 비축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올해 인수합병(M&A)이 성공적으로 성사되고, 자본력이 뒷받침되면 다시 전면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98년 이전 옛 대우전자는 기세등등했어요. 탱크주의 바람이 거셌고, 공기방울 세탁기는 하나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죠. 그 시절이 다시 오지마란 법도 없어요. 어쩌면 머지않았는지도 몰라요.”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