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하나. 전세계 1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같은 시간대에 동일한 행위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질문 둘. ‘치우천왕’은 무엇의 상징일까.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월드컵 결승전 실황 중계를 지구촌 전역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고, 두번째 답은 바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클럽인 붉은 악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축구’하면 월드컵과 붉은 악마를 떠올리는 것은 그만큼 진한 감동의 추억이 온 국민의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이 결코 범상치 않다. 주인공들은 올해 독일 월드컵 붉은악마 공식 후원사인 KTF(대표 조영주)의 김동광 월드컵 TF 팀장(44)과 국내 대표 IT 기업인 삼성전자의 김재인 국내영업사업부 차장. 두 사람은 모두 월드컵을 통한 ‘파워 IT 코리아’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김동광 KTF 팀장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온 나라를 응원물결로 넘치게 했던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이다. 당시 ‘대∼한민국!’이라는 대표 응원 문구 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코리아팀파이팅!(Korea Team Fighting)’을 고안했다. “한솔엠닷컴과 합병 이후 사명변경 작업을 하면서 그 해 최대 이벤트였던 월드컵과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심했습니다. 코리아팀파이팅이라는 슬로건을 처음 만들 때만 해도 과연 얼마나 반응을 얻을지 안절부절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와서 그가 털어놓은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코리아팀파이팅은 그후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공항을 떠나는 선수단의 공식 응원문구가 됐다. 덕분에 KTF라는 브랜드와 심벌이 새롭게 각인되는 보너스도 받았다. 회사의 일원이자 국민의 한사람으로 살아가면서 가슴벅찬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한달 동안 전세계 누적 시청인구 수가 무려 600억명 이상입니다. 거기에 잠깐이라도 얼굴을 내비친다면 국가는 물론 기업으로서도 엄청난 브랜드 제고 효과를 얻게 됩니다. 월드컵이 회사의 마케팅 차원을 넘어 나라 전체와 해당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한 이유입니다.”
올해 독일 월드컵 행사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 금세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번 독일 월드컵 마케팅 성공을 위해서 다시 한번 온몸을 던져 볼 참이다. “대표팀의 선전으로 우리나라와 기업의 위상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바람은 없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응원과 후원’이라는 컨셉으로 붉은 악마의 새 슬로건인 ‘레즈고투게더(Reds go together!)’를 널리 전파할 생각입니다.”
올해 월드컵을 맞이하면서 지난 2002년과는 다른 새로운 응원풍속도가 생겨날 것이라며 얼핏 귀띔하기도 한다. KTF는 붉은 악마와 함께 ‘대표팀에 응원메시지 보내기’, ‘신응원가’, ‘모바일 축구게임’ 등 다채로운 모바일 응원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휴대폰이 지닌 엄청난 전파력과 결집력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덕분에 그는 올해 월드컵에서는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가 탄생하고 관련 벤처기업들에게도 또 다른 호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재인 삼성전자 차장(43)은 지난해 9월부터 월드컵 마케팅을 기획, 준비하면서 요즘처럼 기대와 고충이 교차하는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2002년 4강신화로 독일 월드컵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매우 높다”며 “선거시절 민심을 읽는 것처럼, 월드컵 시즌을 맞아 국민의 마음과 기대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어렵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월드컵마케팅과 인연을 맺은 그는 국내영업사업부 마컴그룹에서 TV CF제작은 물론 각종 프로모션 기획에 관한 실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슬로건은 2002년 승리를 2006년에 재현하자는 의미에서 ‘빅토리 2002, 빅토리 2006’으로 정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월드컵마케팅에 약 2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 삼성전자가 내건 비장의 카드는 전·현직 국가대표팀 감독을 CF모델로 기용하는 이른바 ‘투톱체제’다. 히딩크 감독에 이어 조만간 네덜란드에서 촬영을 마친 아드보카트 감독의 CF를 통해 올 상반기 월드컵 붐을 조성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디지털TV의 양대 간판상품인 PDP TV와 LCD TV 판매량을 극대화해나가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디지털TV와 DMB 관련제품의 판매량을 전년동기에 비해 30%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특히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공동마케팅도 이달 중순부터 실시하면서 월드컵 수요를 조기에 진작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월드컵 승리기원 전국 투어 콘서트를 개최하고 티셔츠, 사인볼 등 월드컵용품 판매, 옥외광고 등을 준비하고 있다.
김 차장은 “지난 2002년 6월 TV판매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며 “올해는 더욱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마지막으로 “삼성전자는 한국 대표팀이 독일월드컵에서 8강 또는 4강에 오를 때마다 실시할 시나리오를 작성해 놓고 있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같은 플랜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한·김원석기자@전자신문, hseo·stone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