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코스닥 시장을 돌아보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300포인트대를 맴돌던 코스닥 지수가 올해 들어 7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지수 상승률이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상장기업의 증자 및 회사채 발행도 순조롭게 진행돼 직접금융조달 시장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과거 90년대 우리 사회에서 ‘벤처’라는 개념이 생소했을 때, 정부에서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을 염두에 두고 1997년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벤처 지원 제도를 만들었고, 벤처투자의 회수시장으로 코스닥시장이 개설되는 등 벤처관련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됐다.
때마침 컴퓨터·인터넷·휴대폰 등으로 대변되는 IT분야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새로운 사업기회가 많이 생겼고, IMF 경제위기로 인해 대기업과 연구소 등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연구인력이 창업에 뛰어들면서 벤처는 우리 경제의 희망으로 부각됐다. 그리고 벤처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그 자체였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코스닥시장의 거품이 사그라지면서 시중의 자금은 급격히 경색되기 시작했다. 벤처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벤처에 대한 과잉기대가 실망으로 급변했다.
이후 수년간 벤처업계는 사회적인 냉대 속에서 절치부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벤처기업의 구조조정이 꾸준히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기업이 경쟁에서 탈락하게 됐고, 경쟁력이 있는 기업 중심으로 판도가 재구성돼 가고 있다.
벤처는 지난 10여년간 한때 우리 경제의 총아였으나 뒤이어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는 등 영욕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벤처라는 단어를 감성적으로 해석하기보다 개별 벤처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 것이야말로 벤처 10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 우리 경제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혁신형 중소기업의 전형으로서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고, 대·중소기업 간 경기 양극화 현상을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시장 중심의 건전한 벤처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고자 한다. 벤처기업을 사전 선별해 물적 자원을 집중 투입하기보다 인프라 조성에 주력, 민간 시장원리에 의해 자원배분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벤처기업의 옥석이 가려지도록 함으로써 벤처 창업 및 성장 환경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와 관련, 정부 중심의 벤처기업확인제도도 개편, 민간 시장 주체가 리스크를 부담해 자금을 공급하는 기업을 벤처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 재원을 차질없이 조성해 벤처펀드에 출자함으로써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통해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하고, 산·학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과 연구소가 주도하는 신기술창업집적지역을 마련할 수 있도록 근거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정부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민간 주체들에 대한 바람도 있다. 앞으로 건전한 벤처 생태계의 구축을 위해 노력해 줬으면 한다.
먼저 사회 구성원들은 그간의 벤처에 대한 학습효과를 토대로 벤처의 본질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성숙된 자율역량을 갖춰야 한다.
벤처캐피털은 벤처기업이 가진 기술역량과 시장성에 대해 선별 역량을 확충해야 하고, 대학·연구소 등도 산·학 협력에 좀더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제 벤처기업은 신뢰로 무장해 새로운 기업가 상을 정립해야 한다. 벤처기업이 도덕성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탄력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고, 이것이 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있도록 벤처기업의 위상을 스스로 세워 나가야 한다. 벤처생태계를 구성하는 벤처캐피털과 대학·연구소·금융기관 등 지원 주체들이 벤처기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상호 지원하고 스스로 견제하는 시스템을 유지할 때, 우리나라에 진정한 생태계가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후에는 벤처기업이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일궈낸 기업군으로 인식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영태 중기청 창업벤처국장 ytj91@smb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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