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소프트웨어(SW)업체의 대표 제품을 하나의 패키지 형태로 묶은 협업형 패키지가 한국형 SW 수출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협업형 SW 수출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시스템통합(SI)업체에 SW업체들이 제품을 공급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가 많은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동남아 등 한국형 정보화에 관심이 많은 국가에서 전자정부,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나이스) 등 검증받은 협업형 SW 패키지 도입에 적극적이어서 앞으로 수출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검증받은 패키지 각광=최근 삼성SDS와 SCG그룹이 각각 나이스, 전자정부를 구축한 경험을 갖고 있는 SW업체들의 제품을 하나로 묶어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중소 SW업체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규모의 영세성 등으로 해외시장 각개격파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형 SI업체나 마케팅컴퍼니가 나서주면 수업료(?) 없이도 수출 길을 열 수 있기 때문.
필리핀 최대 통신 프로젝트에 국산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확정한 SCG그룹의 조동일 이사는 “국내 시장에서 프로젝트를 통해 검증받은 SW들을 그대로 해외 프로젝트에 이관하면 어렵지 않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며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가 많은 동남아 등지에서 국산 SW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나이스에 SW를 공급한 업체들은 세계 교육정보화 시장을 겨냥해 나이스에 들어간 SW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공급할 계획이다. 나이스가 세계 최대 규모의 리눅스 프로젝트인데다, 전세계적으로 교육정보화가 급진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삼성SDS 컨소시엄에 참여한 국내 SW업체의 사장은 “내년 초 중국과 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는 물론이고 중동 시장에서 로드쇼를 갖고 삼성물산 등 삼성의 글로벌망을 이용해 해외 교육정보화시스템 프로젝트를 수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GS인증 SW도 협업수출 추진=협업형 SW가 새로운 수출모델로 떠오르면서 최근에는 공공 프로젝트에 국한하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SW업체들끼리 요구조건이 맞으면 서로의 제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해외 시장에 내놓기 시작한 것.
아이티플러스는 최근 엔코아컨설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KTF 메타데이터관리시스템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힘입어 이 모델을 그대로 해외 시장에 들고 나가기로 했다.
이수용 아이티플러스 사장은 “일본 시장에 아이티플러스의 데이터 품질 및 애플리케이션 분석솔루션과 엔코아컨설팅의 메타데이터 관리툴을 묶어 하나의 패키지로 공급할 것”이라며 “양사는 정보 공유와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 메타데이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굿소프트웨어(GS) 인증업체들도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GS인증 SW를 하나로 묶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조풍연 GS인증사협의회장은 “국내 시장에서 품질을 검증받은 SW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해외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회원사들과 협의중”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장기 비전 갖춰야=중소 SW업체들의 협업형 모델이 단기적으로 한국 SW의 수출 및 해외 사이트 개척에 도움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한국 SW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SW는 로열티로 먹고 사는 산업인데, 협업형 모델은 SI성 비즈니스가 강하게 결합돼 인건비 따먹기 장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협업형으로 공급할 경우 SW가 여러 개 들어가지만 수요처에서는 하나의 SW로 인정해 로열티를 지급, 결국 SI업체나 마케팅업체만 배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태헌 케이컴스 사장은 “협업형 SW 수출로 초기 시장을 확보하면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중장기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는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의 지원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협업형 SW 패키지 구성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