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시 컴퓨터시스템, 책임론 공방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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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증권거래소에서는 지난 달 주식매매 주문을 취급하는 컴퓨터 시스템 장애로 전 종목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 2위의 거래 규모를 자랑하는 도쿄 증권거래소 컴퓨터 시스템이 잇따른 증시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거래소와 시스템 운영업체인 후지쯔 간 ‘책임론’ 공방이 뜨겁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도쿄 증시에서 발생한 종합인재서비스업체 제이콤 주식 대량 오발주 사고로 미즈호증권이 무려 400억엔대의 손실을 입는 손실을 기록하는 등 잇따른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

미즈호 증권의 경우에는 증시 시스템의 결함으로 인해 잘못된 주문을 취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쿄거래소는 후지쯔의 개발 및 운영 능력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텐노 후지오 거래소 상무는 “주문 취소는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데 취소가 않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맞서 후지쯔는 “우리는 거래소가 요구한 대로 시스템을 만들었을 뿐”이라며 책임론을 일축했다. 이번 거래소와 후지쯔 간의 책임 소재 가리기는 시스템 발주업체와 수주업체 간의 향후 시스템 장애 발생시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일본 IT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발주자 주문서대로 시스템 구축했나=후지쯔 책임론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거래소가 후지쯔에게 발주한 주문서 대로 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 졌는지 여부가 중요한 포인트다. 대규모 시스템은 발주자 측이 시스템의 개요 및 예산 등의 옵션을 정한 주문서에 따라 개발업체가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제이콤 주식 오발주의 경우에는 제이콤 주식이 상장 첫 날이었고 ‘1주 1엔’으로 발행된 주식 수의 40배가 넘는 어처구니없는 매도 주문을 감안할 때 시스템 구축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시스템업계에서도 ‘고객이 요구한 옵션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개발업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공통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원인 규명과 병행해 거래소와 후지쯔가 어디까지 실수를 감안한 시스템 대비를 세우고 계약했는 지가 시비를 가리는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보증기관은 언제까지=또 하나의 초점은 시스템 유지 보수에 대한 보증 기간 설정이 어떻게 돼 있느냐는 점이다. 양쪽 모두 이 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유지 보수는 통상 개발업체가 무료로 시스템을 수정해주거나 결함에 의해 발생한 장애에 대해서는 개발업체가 책임을 진다.

컴퓨터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시스템 보증 기간은 시스템 납품으로부터 1∼2년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쿄거래소의 주문 취소 시스템은 지난 1992년 기본 설계돼 도쿄 증시가 시스템을 갱신한 2000년으로부터도 5년 이나 경과됨에 따라 보증기간은 완전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주장이다.

만약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배상책임 범위를 ‘계약 금액의 범위 이내’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후지쯔 측의 배상 책임 역시 계약 금액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계약 관행 모호=이처럼 책임 소재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는 배경에는 일본 비즈니스 ‘관행’이 숨어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발주자와 개발업자가 공동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경우 주문서에 대한 책임 소재가 애매모호한 채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방으로 인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는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계약시 수·발주자 양측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명시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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