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전 강국`의 그림자

정은아

 ‘가전 강국.’ 디지털TV·에어컨·냉장고 등 국산 가전제품들이 세계 곳곳에 팔리며 우리나라 위상을 높이고 있기에 붙은 꼬리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부 대기업과 디지털TV 전문기업에 국한된 용어에 불과하다.

 생활가전만 놓고 봐도 그렇다. 연 매출 1000억원, 아니 500억원을 넘는 회사는 손에 꼽힐 정도다. 그나마 매출 2000억∼3000억원 하는 회사도 대부분 내수에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력이 10년이 넘고, 20년이 넘어도 비슷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때 1000억원을 넘던 매출이 지금은 3분의 1 토막으로 줄었다는 한 회사 얘기도 이 분야에서는 흔한 일이다.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 제품과 유럽산 명품 브랜드에 끼여 우리 제품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선풍기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중국산 선풍기는 1만8500원에 들여와 2만9000원대에 판매된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자재비만 2만2000원, 판매금액은 3만5000원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6만∼7만대 팔았으나 내년에는 3만대로 물량을 줄일 계획”이라며 “적자만 내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자조 섞인 목소리다. 또 다른 관계자도 “중국산 제품 가격에는 도저히 맞추기 힘들다”며 “이익은 고사하고 방어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여기에 유럽 명품을 찾는 소비심리가 늘면서 국산 제품은 날로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가전제품은 전기를 활용한 기초상품이자, 모든 가정에서 사용하는 생활 필수품이다. 정부가 나서 생활가전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 곳곳으로 파고들어가 우리나라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는 분야가 생활가전이기 때문이다.

 ‘가전 강국’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잔가지도 있어야 한다. 업체들의 프리미엄 전략, 아이디어성 제품 기획 노력과 함께 정부의 기반기술 개발 지원 및 수출 지원 정책이 더해진다면 ‘가전 강국’의 새로운 역사가 전개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디지털산업부=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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