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산업의 핵심기술로 주목받는 임베디드SW 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업계와 학계, 연구기관 실무자들은 대구 EXCO 5층 알리앙스룸에서 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글로벌화 전략에 대해서 논의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대구시를 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됐다.
◆참석자
-김윤수(네오엠텔 사장)
-김종한(대구광역시 과학기술진흥실 과장)
-김현철(MDS테크놀로지 사장)
-김흥남(ETRI 임베디드 SW연구단 단장)
-박광진(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장)
-임기욱(선문대 임베디드SW 개발환경연구센터장)
-사회=김경묵(전자신문사 컴퓨터산업부 부국장)
◇사회 김경묵(전자신문 컴퓨터산업부 부국장)=국내 임베디드SW 산업분야의 실질적인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였다. 특히 대구에서 이 같은 좌담회를 개최한 것은 의미가 있다. 박광진 원장이 우선 이번 콘퍼런스와 좌담회의 의미를 얘기해 달라.
◇박광진(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장)=4∼5년 전부터 산업 트렌드는 제조분야와 IT산업이 융합되는 방향이다. 대구가 이러한 환경에 적당하다는 판단을 했다. 따라서 대구를 임베디드SW 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 같은 작업의 결정체가 이번 행사다.
◇사회=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의 현황과 기술은 어느 수준인가.
◇김흥남(ETRI 임베디드 SW연구단 단장)=1982년 PC의 등장으로 메인프레임에서 PC로 컴퓨터의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이제 포스트PC로 패러다임이 도래했다. 포스트PC는 휴대폰, 디지털TV, 텔레메틱스 등 단말기 비중이 큰 데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말기 내의 소프트웨어는 외국에 의존한다. 소프트웨어까지 기술경쟁력을 키워 함께 수출하면 포스트PC는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김윤수(네오엠텔 사장)=국내 임베디드SW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는 해외에 경쟁력이 있다. 바로 타임투마켓과 유연성이다. 반면 부족한 점은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 위주라는 점이다. 매출과 개발인원이 취약하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한국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향후에 자본과 마케팅이 합쳐진 해외 대기업 IT전문기업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김현철(MDS테크놀로지 사장)=시장 적시정이 중요하다. 최근 이 분야에서는 최적화된 통합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OS, 미들웨어, 개발도구 등 단품 위주였지만 지금은 통합솔루션을 개발, 공급해야 한다. 임베디드SW 분야는 중소기업 중심인데 원천기술 개발에 초기투자가 부담이다. MDS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40억을 들여 5년동안 투자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원천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협업하고 M&A를 통한 수직계열화가 필요하다.
◇임기욱(선문대 임베디드SW 개발환경연구센터장)=70년대에도 이미 임베디드SW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PC가 등장하면서 PC사용에 관한 교육에만 신경을 썼다. PC가 어떻게 구성됐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이제 임베디드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장치산업 시대가 온 것이다. 학생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미 정통부에서 임베디드 특성화 지원사업이라고 해서 대학교육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학생들이 PC사용자 위주에서 실질적인 SW의 기본구조, 운용체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특히 대학원을 통한 고급인력 양성과정이 중요한데 ITRC 등을 통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김종한(대구광역시 과학기술진흥실 과장)=현재 대구는 제조업이 타지역으로 나가고 있어 향후 대구가 뭘 가지고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 와중에 대구는 우수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 따라서 인력집약산업인 임베디드SW가 대구에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는 판단이다. 대구시는 2004년부터 6년간 4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이 분야에 투입한다. 또 순수 임베디드SW 분야에도 55억원을 투자해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장비구매와 전문인력 양성에 활용하고 있다. ETRI 대구지역센터 유치작업도 추진 중이다.
◇사회=모든 산업의 중심은 기업이다. 임베디드SW 분야에서 뛰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김윤수=국내 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부분에서는 대단히 열악하다. 모바일에 장착되는 SW를 개발하는데 2년, 단말기에 장착하는데 1년, 시장에 공급되는데 다시 2년이다. 실제 수익은 5년 뒤에 일어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은 이 시간을 견뎌야 한다. 특히 수십억원의 선자금을 투자하고도 상용화가 불투명하다면 선택은 더 어렵다. 이를 구매하는 대기업에서도 외국 업체에 대해서는 제값을 주는 반면 국내 업체는 그렇지 않다.
◇김흥남=하드웨어는 경쟁력이 있는데 소프트웨어는 열악하다. 그야말로 대기업의 제조업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기능이 돌아가는 것만 급급하다. 그러다보니 질은 저하되고 신뢰도는 약해진다. 이는 업체들이 돈을 못 벌고 투자로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하다. 국산도 쓸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이를 통해 기업에 자금이 공급되고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모멘텀은 업계, 학계, 연구소만으로는 만들 수 없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덧붙여져야 한다. 이를 통해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할 때다.
◇박광진=임베디드SW 산업에 대한 방향은 정립됐다.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고의 해법이다. 우선 산학연에 관련된 각자의 기능을 보유하고 각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김종한=대구의 경우 구미전자단지라는 수요가 있다. 실제로 이를 기반으로 상당수 업체들이 자라나고 있다. 현재는 OEM 형태지만 일부는 자기제품도 만들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동은 문론 시에서도 연구기반을 갖추려 한다. 정통부도 대구의 임베디드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수출전략을 얘기해보자. 과연 임베디드SW 분야에서도 글로벌 전략이 나올 수 있나.
◇임기욱=임베디드SW 자체만 가지고 규모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이것이 하드웨어에 탑재된다고 보면 수출 지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산업기반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은 불가능하다. 와이브로와 DMB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토대를 다지고 이를 수출로 연계하자. 삼성 휴대폰을 생각해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은 왜 국산을 써야하는지 묻는다. 단지 국내에서 개발된 솔루션이라고 삼성에게 사달라고 할 수는 없다.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스라엘과 아일랜드가 특화된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해서 성공한 사례다. 우리도 특화된 분야에 집중하면 수출시장을 열 수 있다.
◇김현철=OS를 개발해 봤는데 쉽지 않다. DMB 칩을 만드는 CNS테크놀로지라는 업체가 있는데, 최근 이 업체와 협력해 최적화된 OS를 만들었다. 반응이 좋다. 이처럼 기술을 가진 중소업체끼리 협력하는 모델이 효과적이다.
◇김윤수=뭔가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검증할 수 없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구매절차도 단순해 대부분 브랜드 파워에 의존한다. 비싸더라도 외산을 쓰면 안심이라는 관행도 바꿔가야 할 숙제다. 국내에도 글로벌하게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은 있는데 옥석을 가리는 능력이 부족해 이들 업체가 사장되는 일이 벌어진다.
◇사회=문제와 방법론이 나왔다. 어디서 모멘텀을 찾을 것인가가 문제인데 정책적 의지로 보여진다. 미국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국내 업체도 있다. 이 정도면 검증이 된 것 아닌가.
◇임기욱=소프트웨어산업은 어렵다. 그나마 미국이 70%를 가지고 있고 30% 가지고 나눠가지는 형국이다. 국내 단말기는 세계적으로 실력이 있으니 우리의 SW가 단말기에 장착되면 된다. 주의할 것은 임베디드SW 분야가 뜬다고 해서 무조건 인력양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 시장 수요에 맞춰야 한다.
◇박광진=대구는 지역 IT산업의 특화를 위해 임베디드를 선택했다. 여기에 산학연 관련기관들의 협력체계도 갖춰져 있다. 이제는 지역 내 업체들의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오픈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종한=시장을 좀 더 특화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기업들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 분야를 해주려고 해도 방법을 찾기 어렵다. 나름대로 연구를 해야겠다. 관련 업체들을 보면 대기업 계열사가 많아 정보노출을 꺼리는데 아들과 원활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현철=임베디드SW는 중소기업 업종이다. 이 분야도 SOC 분야처럼 코아로직이나 엠텍비전 같은 업체가 나와야 한다. 정통부가 2010년 3000억원 매출기업을 5개 이상 만든다고 했다. 임베디드분야에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 그래야 세계적인 경쟁력 갖춘 몬타비스타나 윈드리버 같은 업체가 나온다.
◇김윤수=임베디드 환경이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드웨어 분야에서 글로벌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식도 변해가고 있다. 임베디드는 서비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지의 대응력을 고려해 국내 업체들을 찾는 분위기다. 정부에서 좀 더 강력한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해 달라. 정부에서 하는 가장 실질적이 것은 개발 프로젝트다. 실제 환경에서 적용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달라.
◇김흥남=와이브로, DMB, 텔레메틱스, 지능형 로봇 등은 신규시장으로 국산 임베디드 SW를 넣을 찬스다. 이것이 바로 블루오션이다. 우리가 창출하는 신시장에 우리의 임베디드를 넣도록 정부, 학계, 업계 모두 노력해야 한다.
◇사회=결국 성공모델을 만들고 정책에 있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노무현 대통령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산학연 정부가 치밀한 전략을 짜고 드라이브를 하면 임베디드SW분야에서도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장시간 토론에 참여해 주신데 대해 감사한다.
정리=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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