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정보화 사회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기술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날마다 적응해야 하는 현대인에게 ‘내일을 준비하라’는 말은 어쩌면 한가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른다.
이런 상황과 맞닥뜨릴 때마다 송대의 유학자였던 주자를 떠올리게 된다.
그의 학문(성리학)은 공자와 맹자에 버금가게 전 시대(前時代) 한·중·일의 정신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를 추앙한 우암 송시열은 주자를 생각해서 거미도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거미 주(蛛)에 붉을 주(朱)자가 들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주자가 제시한 대표적 교훈 중의 하나인 십훈은 우리 일상생활과 관련해 평소에 준비해야 할 내용을 제시해 주고 있다.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
불친가족소후회(不親家族疏後悔):가족에게 친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뉘우친다.
소불근학노후회(少不勤學老後悔):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
안불사난패후회(安不思難敗後悔):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뉘우친다.
부불검용빈후회(富不儉用貧後悔):재산이 풍족할 때 아껴 쓰지 않으면 가난해진 뒤에 뉘우친다.
춘불경종추후회(春不耕種秋後悔):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뉘우친다.
불치원장도후회(不治垣墻盜後悔):담장을 제대로 고치지 않으면 도둑 맞은 뒤에 뉘우친다.
색불근신병후회(色不謹愼病後悔):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뒤에 뉘우친다.
취중망언성후회(醉中妄言醒後悔):술에 취해 망령된 말을 하고 술 깬 뒤에 뉘우친다.
부접빈객거후회(不接賓客去後悔):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뉘우친다.
열 가지 모두 일에는 항상 때가 있고 이 때를 놓치면 뉘우쳐도 소용없음을 강조한 교훈들로, 살아가면서 보통 때 유사시에 대비하자는 내용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홈시어터, GPS 달린 자동차, 휴대형 단말기, 무선 노트북PC 등 당시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문명의 이기들을 다루고 그것들에 파묻혀 살고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시대란 모든 사물에 마이크로 칩을 내장해 보이지 않는 지능화된 컴퓨터, 통신기술, 인터페이스 등을 기반으로 사용자 상황에 따라 기술이 일상생활 속으로 체화되는 인간 중심의 정보화 사회를 의미한다.
통신기기에서 생활기기와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이 컴퓨팅 기능을 가지고 서로 네트워크화되어 정보처리를 하게 돼 말 그대로 유토피아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유비쿼터스 시대는 우리에게 편리함으로 다가오지만 부작용과 역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인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이런 기기를 통해 개인의 정보가 외부로 네트워킹됨으로써 타인이나 외부 기업 등에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커졌다. 프라이버시 침해뿐 아니라 전기나 가스의 무단 조정으로 가정생활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과 엄청난 피해 및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편리하고 즐거운 유비쿼터스 환경을 안전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보안에 대한 사전준비가 필수적이다.
이전까지는 프라이버시가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일상을 보호받을 권리였다면 유비쿼터스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또 다른 물질문명 등의 권력이나 타인에 의해 일상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라는 새로운 개념이 정립되고 있는 것이다.
‘安不思難敗後悔(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뉘우친다)’ 시대는 변해도 주자가 가르쳐 준 엄숙한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홍섭원장 hslee@ki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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