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엊그제 끝났다. 국감 때면 꼭 거론되는 것이 도·감청과 이동통신 요금 문제다. 올해도 빠지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이동통신 요금 인하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가장 애용하는 사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 주장은 정치적 부담도 없고 여론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이는 유감없이 드러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관할부처를 통해 이동통신 요금 인하 압력을 가했다. 온갖 비교 자료를 다 동원해 인하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초점은 작년과 달랐다. 작년까지는 기본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초점이었으나 올해는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CID)와 단문메시지(SMS) 등 부가서비스 요금의 적정성을 들고 나온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지난 5월부터 이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오고 있다.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이 이같이 주장하는 배경에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최근 몇 년간 수익을 낸 것이 자리잡고 있다. “이익을 내는 것을 보니 아직도 요금을 비싸게 받고 있다”는 공식이다. 통신산업 자체가 선행투자를 전제로 하는 기간산업임을 감안하면 이동통신사업자로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서민가게 부담을 덜어 달라는 취지에는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CID와 SMS는 3700만명에 이르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대부분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그렇다. 더욱이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하게 한다는 데 요금 인하를 반기지 않을 가입자는 없다.
이런 정서가 깔린 데다 정치권·시민단체의 요금 인하 요구 여론이 강하니 관할부처로서도 인하 검토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부가서비스 요금을 1000∼2000원 내린다고 한들 서민들 허리가 갑자기 훌쩍 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국회의원들의 그러한 행동은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 정부나 국회가 경제를, 그것도 서민가게에 영향을 미치는 통신 요금 문제에 대해 나 몰라라 내버려두지 않고 뭔가 보살피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이 없으면 경제주체들은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 상태가 된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불거져 나오는 요금 인하 압력에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심기가 편치 않다. 짭짤하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년 동안 대부분 물가가 올랐지만 통신 요금만 떨어졌다는 볼멘소리도 한다. “마녀사냥 식으로 요금인하를 할 바엔 차라리 국유화하라”는 불만도 쏟아내고 있다.
이동통신 요금 조정은 사업자 스스로 결정해 정부의 인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는 게 원칙이다. 게다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자율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 자칫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초법적 행정지도’나 ‘담합’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산업과 시장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압력으로 인하되고 정서만으로 요금이 정해지는 것이다.
유독 이동통신 요금에 대해 시장원리가 무시된 요구가 가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을 완전경쟁 시장으로 보지 않는 시각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발사업자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어 독과점 시장으로 비추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금 인하 문제가 통신 시장 유효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좀 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후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진정한 자율 시장경쟁에 따라 이루어진 요금 인하 효과가 당장 압력에 의한 효과보다 소비자에게 가져다줄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체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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