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15년 전 미국 HP에서 전략적 제휴 관련 일을 담당하면서 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특허를 민간 기업에 이전하는 사례를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다. 당시 너무도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2000년 ‘기술이전촉진법’이 제정돼 기술거래소가 발족된 데 대해 기대를 가졌던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이 법이 더욱 진보된 ‘기술사업화’ 형태로 개정된다는 소식이다. 이 법의 개정에 관해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기술 이전과 사업화는 모든 정부 출연 연구 기관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로는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혹은 과학기술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듯하다. BT뿐만 아니라 Bio-Agro, 환경 산업도 유망 분야다. 여기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NASA, DARPA 등 국방이나 안보 관련 기술 개발 사업과 민간 기업의 연계와 기술 이전이 활발하다.
둘째, 기술이전사업화진흥원에 정부 부처별로 이전 사업화 전담관을 파견, 순환 근무시킬 필요가 있다. 이들이 소속 연구소의 기술 이전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해 장기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각 연구소 기관장의 성과 평가기준의 하나로 얼마나 많은 소속 연구소의 특허 기술이 사업화되고 이전됐는지 포함돼야 한다. 감사원 감사가 출연 연구소장들은 물론이고 연구소 소속 부서장들의 행동과 태도를 적극적으로 유도, 바꿀 수 있다.
넷째, 국가 기관 특허나 연구 결과가 사장됐거나 상용화 시도가 없는 경우 또 상용화됐더라도 통상 실시권 사용료 수입 실적이 미미한 것들은 민간 기업들에 우선 이전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5∼7년간 한시적 전용 실시권을 부여해 상용화에 따르는 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개발에 따르는 상용화 투자의 위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
다섯째, 기술 이전과정의 창구 일원화를 통해 원스톱 서비스를 실시해야 한다. 예컨대 농진청의 특허를 사용해 산자부 소속 중기청의 지원을 받아 기술 사업화를 하는 경우, 중소 기업들에는 이 작업이 여간 부담이 되는 일이 아니다. 기술 개발자나 특허 발명자는 이런 유형의 기술 이전을 해본 경험이 거의 전무해 어디 선례가 있는지 먼저 찾고 규정에 허용되지 않은 사례는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감사 대상을 의식해서다.
여섯째, 현 국가 출연 연구소와 대학 보유 휴면 특허를 분야별로 분류, 논문처럼 요약본을 열람하고 나중에 전문 특허나 연구보고서 원본을 내려받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DB 구축이 대학·출연연·기관별로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연동한 통합 서비스의 제공은 미흡하다.
일곱째, 특허 기술 개발자와 연구에 참여한 관계자들에게 특허 사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참여하도록 성과 보상을 해 줘야 한다. 휴면 특허는 기술 보유자가 다른 과제를 수행할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적극 참여해 기술 지원할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을 만들어 주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구원의 연구소창업(Lab Venture)이 이제 제도적으로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실행까지는 아직 멀었다. 연구원이 사업화에 실패해도 다시 연구원으로 복귀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
여덟째, 기술 사업화 진흥원 직원들에게도 성과 평가와 함께 성과급과 보상 제도가 주어져야 한다. 얼마나 많은 기술 거래를 성사시키고 지원했으며 사업화시켰는지 등 평가 기법을 지속적으로 개발·보상해야 한다.
아홉째, 기술 평가를 위한 지원과 평가 결과에 따른 사업 타당성 지원도 꼭 필요하지만 특허의 기술적 평가가 무척 중요하다. 중소업체들은 기술평가나 특허 기술 청구항의 권리를 해석하는 데 애를 먹는다. 이를 진흥원이 지원해 준다면 참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통계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다. 신기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서는 통계에서 나온다. 그런만큼 기술거래소는 최소한 분기별로 상세한 통계를 내놓아야 한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개정안이 대한민국을 기술선진국으로 이끄는 제도적 바탕임에 틀림없지만, 이를 시행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의 변화 없이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정안에 행동과 태도를 바꾸는 구조적 장치를 마련해 기술 한국과 기술 사업 보국의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유승삼 벤처테크 대표 samyu@venturete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