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核)은 사물의 근간, 근원을 뜻하는 말이다. 영어로는 코어(core)다.
사람으로 치자면 정신과 심장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를 혼(魂)과 백(魄)으로 불렀다. 국가의 핵은 수도다. 물질의 핵은 원자다.
이 핵이 항상 문제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국가든 사회든 마찬가지다. 핵이 없으면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식물인간의 산소튜브를 뽑는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정신적으로는 죽었으되 육체적으로는 살아 있는 한 여인과 관련된 재판에서 비롯됐다. 지방법원에서는 튜브를 뽑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대법원에서는 뽑지 못하도록 서로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 아니 지금도 나라의 핵인 수도이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는 이전으로 일단락됐지만 핵을 옮기는 게 옳은지 그른지는 합의점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북한 핵문제는 국제사회가 짊어진 골칫거리다. 한반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가 6자 회담 성사여부에 달릴 듯하다. 열쇠를 쥔 북한의 눈짓 하나 몸짓 하나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다른 핵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줄여서 중저준위 방폐장이 그것이다. 핵연료봉을 제외하고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에 노출됐던 각종 폐기물을 영구히 폐기하는 용도의 매립장을 뜻한다. 정부는 이 폐기물을 처리할 곳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지자체는 우리 뒷마당에는 안 된다고 버티고 있다.
이처럼 핵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다. 핵은 전부가 아니면 전무일 수밖에 없는 존재여서 더욱 그렇다. 죽음 아니면 삶, 수도가 아니면 지방, 핵무장화가 아니면 비핵화. 그러기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기가 어렵다. 합의에 이르기도 쉽지 않다.
이 모든 문제의 해결에는 모두에게 열린 마음과 양보의 미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다. 결국은 모든 핵 문제의 결론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게 마련이다.
우리가 핵을 둘러싼 논란과 논쟁에서 자유로워 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디지털산업부·유성호부장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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