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4월 전면 시행을 앞둔 방카슈랑스 2단계 확대 계획을 오는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연기한다는 수정 방안을 내놓자 은행권이 반발하고 나서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은행권은 이번 수정안이 금융 소비자의 편익과 금융 산업의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경제적인 관점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당분간 정부와 은행권 그리고 보험업계 간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2단계 시행에 앞서 이미 관련 시스템 구축에 약 250억원의 투자를 집행한 은행권의 비용손실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향후 각 은행의 IT 부문 대응 전략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 수정안=은행의 보험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방카슈랑스 제도는 지난 2003년 9월 국내 시장에 도입돼 1단계로 저축성 개인연금, 교육보험 등 저축성보험 상품을 대상으로 시행돼 왔다. 이어 오는 4월부터 2단계로 순수보장형 상품, 환급형 상품, 종신보험, 자동차보험 등으로의 확대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불공정 모집, 설계사 실업문제 등을 들어 당초 2단계 실시계획을 수정, 상품별로 단계적인 연기 도입방침(안)을 정했다. 이에 따르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원금이 소멸하는 건강·상해·재해 보험 등 순수보장형 보험상품만 오는 4월부터 은행 판매를 허용하고 원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만기에 돌려받는 환급형 상품은 2006년 10월부터, 자동차보험·개인보장성보험·기업성보험 등은 3년 연기된 2008년 4월부터 시행된다.
◇은행권의 반발=은행연합회는 26일 ‘방카슈랑스 시행관련 최근 보도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정부의 2단계 확대 수정안에 대해 조건부 수용을 골자로 한 은행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은행권은 보험 설계사에게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 강제보험인 자동차보험의 2년 연기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종신·치명적질병(CI) 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자동차보험과 달리 설계사에 미치는 부담이 미미하고 오히려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예정대로 오는 4월에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의 보험 판매비중을 보험사당 49% 이하가 되도록 한 ‘49%룰’을 25%선까지 낮추려는 개정 방향에 대해서 현행 유지 또는 폐지 의견을 보였다. 다만 은행 자회사인 보험사의 경우 39%까지 인하하는 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산투자 현황과 계획=은행권의 반발은 방카슈랑스 도입에 대비해 그동안 대규모 IT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은행들이 2단계 시스템을 신규 구축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데 든 비용은 1단계 시행시 구현된 시스템의 규모와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주요 시중·지방 은행당 평균 20억∼30억원으로 10개 은행만 도입해도 3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1단계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1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일단 이번 개정안과 관련, 각 은행은 기존에 준비해온 시스템 개발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4월 시행을 앞두고 대부분 은행이 85∼95%의 공정을 보이며 이달 말 개발 완료와 테스트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우리·경남·광주 은행, 신한·조흥 은행, 기업은행, 제일은행, 외환은행, 부산은행 등 주요 은행은 시스템 구축 중단이 오히려 더 큰 손실이 된다고 보고 일단 당초 일정대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수정안대로 진행되더라도 단계적으로 도입될 상품 및 서비스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인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모 은행의 방카슈랑스 담당자는 “시행방침이 최종 확정돼야 하겠지만 현 수정안대로 진행되면 당분간 시스템 인프라의 과잉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의 한 방카슈랑스 전문가는 “현재 대부분 은행이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테스트 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연기된 일정에 대비해 시스템의 유연성을 높여 향후 후속 작업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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