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미디어업계, 대기업 빈자리 전문기업이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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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매체 시장이 비디오 테이프에서 CD·DVD 등으로 디지털화되면서 아날로그 시절 시장을 장악했던 대기업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는 대신 그 자리를 중견 전문 기업이 채우고 있다.

 이는 대기업의 경우 시장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데다 중국·대만 등이 대량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 기업은 틈새 시장을 겨냥해 발빠르게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해외 시장의 시너지까지 합쳐 대기업의 빈 자리를 메워 나가고 있어 주목된다.

 ◇대기업 입지 위축=테이프가 판치던 아날로그 당시 기록매체 시장은 SK·새한미디어·코오롱 등 대기업이 주도했다. 하지만 기록매체가 불과 2∼3년 만에 DVD 등 디지털 방식으로 넘어오고 대만·중국 등이 발빠르게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최대 60개 생산라인(라인당 30만장) 이상의 설비를 갖춘 대만 라이텍은 연간 1억장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췄지만 국내 기업은 수익성을 이유로 투자를 줄여 나가면서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것.

 삼성은 계열사 삼성물산이 ‘플레오맥스’란 이름으로 광미디어를 판매하고 있지만 자체 생산 대신에 외주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자기 테이프 시절 국내 시장의 70% 정도를 장악하던 SKC도 청주에 1개의 DVD 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데 불과하다.

 LG전자도 청주에 월 200만장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있지만 수출 물량은 중국 합작 공장에서 전량 OEM으로 공급하고 있다. 일부 모델은 아예 검증된 제품을 구입해 브랜드만 붙여 제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공DVD는 시장 경쟁 악화로 수익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문 기업의 약진=대기업이 광미디어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전문 기업은 빠르게 이 자리를 채워 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성장 속도도 눈부시다.

 지난 2001년에 설립된 뉴스타디지털은 지난해 일본 DVD업체 인포미디어를 인수해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등 국내 및 해외 시장 공략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뉴스타는 최근 DVDR 생산라인을 증설해 월 900만장 가량의 생산 능력을 확보해 대만 업체와 맞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의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삼성 출신이 설립한 비올디벨로퍼즈도 설립 4년 만에 코스닥 입성에 성공하는 등 미디어 생산만으로 국내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16배속 DVD+R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고 올해는 특수 기능을 삽입한 DVD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비올디는 올해 유럽과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시장을 적극 공략해 지금보다 1.5% 정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외에도 CDR만을 생산해 온 삼익 등도 조만간 DVDR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유텍코리아·케이디미디어·정문정보 등이 영화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DVD롬을 주력으로 입지를 넓혀 나가는 등 광미디어 시장이 중견 전문업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시장 전망=일본 시장조사업체인 후지와라로스차일드에 따르면 광미디어 시장은 멀티미디어 산업 발달과 더불어 성장, 연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만 세계 시장 규모는 180억장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국내업체가 대만과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에 밀리고 인지도가 뒤떨어져 세계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본·미국 등지에서 바이어가 몰려 오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기업은 리코더·ODD 등 하드웨어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 이와 맞물린 광미디어 분야에서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으로 전문기업의 생산능력과 대기업이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가 세계 시장에서 국내 미디어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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