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 문서 공개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드러난 협상과정을 보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헷갈릴 정도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일본은 가해자에서 원조자로, 한국은 피해자에서 피원조자로 전락해 버렸다.
한일협정의 잘잘못을 떠나 이번 사건에서도 한·일 간의 차이가 또 한 번 분명히 드러났다. 일본은 철저히 자기네 원칙을 지킨 반면 한국은 이를 쉽게 무너뜨렸다. 원칙의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일본은 가해자가 아니라 원조자라는 명분으로 철저히 협상에 임했다. 반면 한국은 피해자라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마저 저버린 채 타결에 연연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일화가 있다. 일본의 철도원과 한국의 철도원의 차이다. 지금은 자동화됐지만 기차의 철로를 바꾸는 장치가 있다. 손으로 바퀴를 돌려 철로를 좌우로 이동시키는 기계다. 일본 철도원들은 매뉴얼에 7바퀴 반을 돌려야 한다고 적혀 있으면 누가 뭐래도 평생 이를 지킨다고 한다. 반면 한국 철도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7바퀴를 돌려보았다가 문제가 없으면 6바퀴 반으로, 또 6바퀴로 회전수를 줄인다고 한다. 일본은 결과보다도 과정을, 한국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측면이 강하다.
일본은 원칙에 철저하다 보니 기초기술이나 정밀산업에서 뛰어나다. 반면 응용력이 부족해 변화대응에 상대적으로 늦다. 한국은 결과를 중시하다 보니 빠른 적응력과 응용력이 자랑이지만 기초가 부실하다.
이 같은 차이는 영원한 숙적인 한·일 간 전자산업 명암에서도 잘 드러난다. 일본은 정밀한 아날로그 분야에서 천하무적이다. 한국은 속도가 빨라야 하는 디지털에서 세계 최고다. 이러다 보니 디지털시대를 맞아 원칙에 철저하고 변화에 둔감한 일본이 갈수록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듯하다. 한국은 그 반대로 갈수록 유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삼성과 LG의 부상, 소니와 마쓰시타의 쇠락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디지털은 속도와 함께 경박단소화가 필수다. 경박단소화는 정밀성이 중요한 무기다. 속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일 간 메인 이벤트는 지금부터다. 속도의 한국이냐, 정밀성의 일본이냐의 싸움이다. 과연 어느 나라가 단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무기로 십분 활용할 수 있으냐에 달렸다. 자그마한 승리에 도취할때가 아니다. 40년 전 한일협정의 실패를 다시 한 번 반면교사로 삼을 때다.
유성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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