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대수준 관리

 지난해를 ‘무역의 해’라고 한들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2500억달러의 경이적인 수출기록은 역대 최고라는 칭송을 들을 만하다.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지난 64년 같은 선상에 있던 나라들은 지금 수출 100억달러에도 이르지 못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으로 남아 후진국의 불명예를 씻지 못했다. 또 95년 1000억달러 돌파시점부터 2000억달러 돌파 때까지 9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도 기록적인 일이다.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가 무역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무엇보다 사람의 힘이 컸다. 부존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만이 희망인 극악한 환경이 오히려 ‘힘’으로 작용했다. 오늘날 IT대국을 자랑하는 것도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헝그리 정신이 기저에 배어 있었던 까닭이다. 따라서 수출 2000억달러 돌파는 한국인의 저력을 대변하는 증거물로 삼을 만하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지난해 수출 2000억달러 돌파는 대내적인 노력도 있었겠지만 대외적인 변수가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이다. IT환경의 급격한 변화, 외환위기 이후 수출에 유리한 강달러 현상, 국제원자재가격 등이 순풍으로 작용했다. 올해는 문제가 다르다. 산업자원부는 4일 수출입 전망을 통해 올해 역시 지난해의 수출 성장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지난해와 같은 높은 성장세는 어렵다는 전제 아래 “여전히 성장세는 유효하다”고 애써 분위기를 살리려 했다. 그러나 유효한 성장세를 뒷받침해줄 근거는 약하다. 국제유가는 계속 오르고 약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강력한 수출 상대국 중국의 성장세도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다.

 수출 성적표가 너무 화려하다 보니 갑자기 낮춰 잡는 것도 시쳇말로 ‘생뚱’맞다. 수출입업무를 관장하는 산업자원부도 모를 리 없다. 수출성장률을 지난해 31.2%에서 올해 12.1%로 낮춰 잡는 것도 현실성을 고려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국민을 상대로 한 정부의 기대수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말 떠들썩했던 ‘수출축제’ 뒤의 공허함을 메울, 불경기에서 그나마 즐거움이었던 수출대박의 꿈을 대체할 그 무엇이 필요한 때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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