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IT 기업의 변신과 자신감

IT산업은 변화무쌍하다. 신기술과 새로운 시장의 등장, M&A를 통한 사업과 인력의 빈번한 이동이 그 주요 원인이다.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도 커지고, 경쟁자와 파트너의 관계는 수시로 바뀐다. 이러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는 가운데, 결코 현상황에 안주할 수 없는 것이 IT 기업의 운명이다.

 따라서 IT 기업은 시장의 흐름을 맞추는 타이밍, 기술 경쟁력 그리고 과감한 변신이 필수적이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조그마한 판단 착오를 범하면 낭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떻게 보면 자본이 방대하고 시장 규모가 큰 데다 다양한 전문인력이 가용되는 미국 기업들이 우세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장은 더욱 글로벌화하고 있고, 부족한 자원으로도 제품의 차별성과 시장 통찰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이 산업의 매력이다.

 안타깝게도 땀 흘려 개발한 우리의 기술과 제품에 대해서는 아직 인색하다. IT의 대표적 인프라인 정보보호산업에 대한 평가만 해도 그렇다. 비교적 초창기에 필자가 이 분야의 사업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기술이 해외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일반적 인식과 무력감이 팽배해 있다.

 산업적 동향을 보면 정보보호산업은 1세대 솔루션의 시대를 넘어서 새로운 물결을 타고 있다. 사실 바이러스 백신·방화벽·VPN·PKI 등의 1세대 제품은 10년 이전에 만들어져서 진화해 온 시장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그동안 IT 환경과 위협의 형태도 크게 변했다.

 유무선 복합 인프라, 인터넷 웜과 각종 유해 트래픽, 유비쿼터스 서비스 등과 같은 환경적 변화는 종합적이고 고성능이면서 글로벌 표준을 기반으로 한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1세대 시장이 원천 기술이 상품화되는 단계였다면, 2세대는 이러한 환경에 접목되면서 통합되고 응용돼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대비해 과감하게 신제품 개발에 투자한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도 있고, 국내외에서 선진 제품과 당당히 경쟁하는 제품도 있다.

 불행히도 국내 시장 규모가 작고 유통 질서가 후진적이다 보니 투자가의 관심을 끌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때 시장의 거품과 과도한 경쟁이 문제가 되었으나, 이제는 많은 기업이 도태되거나 변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속에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강한 기업이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선진 기업의 피상적 모습만 보고 선입관에 사로잡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패키징과 마케팅 전략, 전문화된 시스템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그들의 장점은 철저히 배워야 한다. 그러나 너무 빈번한 M&A와 단기적 목표에 집착한 결과, 목표 달성 후 인력과 기술 축적의 응집력이 떨어지는 것이 그들의 근본적인 취약점이다. 포장된 마케팅 메시지 이면에는 채 검증되지 않은 기술도 눈에 띈다.

 반면 우리는 양질의 기술을 가지고도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는 표현 방법과 전략이 서툴러서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마케팅적 사고의 부재와 IT 사대주의도 우리가 극복할 요소다. 우리의 힘은 세계 수많은 기업의 실험장이 되는 IT 인프라다. 그렇기에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축적한 기술과 경험의 가치는 무척 크다. 지금도 BcN, 유무선 인프라와 같은 환경은 한국이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서 생존하고 성공한다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위상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 인프라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는 국가의 정책은 IT 기업에 지속적인 경쟁 포인트를 제공해 준다. 정보보호의 2세대에서 적용되는 기술들도 이러한 인프라의 혜택을 받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면 세계 어떤 기업과도 당당히 겨룰 수 있다. 정면 승부든 틈새 시장을 공략하든 승산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신감과 도전적 자세가 요구된다. 기업의 열정과 노력에 의해 경제는 성장해 왔다. 글로벌 시장에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업과 개인의 변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이러한 각오로 활기를 되찾는 IT 기업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 hskim@secure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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