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과식`과 전자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가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 많은 사람이 일 년 열두 달 365일을 먹고 생활할 수 있도록 먹거리를 마련해 주는 농부들에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농사가 가능하도록 태양 에너지를 보내주는 조물주께도 감사드린다. 그러나 가끔은 하루에 두 끼만 먹고 살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하루 세 끼 식사를 다하고 맛있는 것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이유야 어떻든 과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식사를 안 하고는 살지 못 하지만 과식으로 위장병에 걸려 고생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연말이 다가오고 송년회 행사가 잦아지는 이 때 과식하지 않기를 바란다.

 현대 이동통신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전자파를 이용한 무선통신의 고마움을 잊은 채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휴대폰 가입자가 3600만명에 달하는 등 전자파를 이용한 무선통신 서비스 발달로 국민 생활의 편의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파를 사용하지 않고 살 수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매우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과식을 하면 몸에 안 좋듯이, 쓸모 있고 필수불가결한 전자파도 잘못 사용하면 기계에 오동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인체에도 좋든 나쁘든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가 과식이 몸에 나쁘다고 해서 식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듯이, 인체가 전자파에 과도하게 노출되었을 때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전자파 사용을 제한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떤 기준을 정해서 그보다 적게 노출되도록 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자파학회(KEES)는 15년 전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전자파가 기계장치에 어떻게 영향을 주며, 어떻게 하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전자파 장해 및 적합성(EMI/EMC) 분야의 연구에 많은 활동과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휴대폰 단말기 및 송전선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이 인체에 주는 영향에 대한 문제가 국내외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1996년 학회 내에 공학 및 의학 분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전자기장과 생체관계 연구회’가 설치됐다. 이 연구회를 중심으로 관련 전문가들이 전 세계 연구 자료를 검토해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준안을 냈으며, 2000년 12월 정보통신부 장관이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을 고시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1996년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54개 국가와 ITU 등 8개 국제기구가 참여한 가운데 국제 EMF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07년께 나올 예정인 이 연구결과를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자파학회에서는 전자파의 생체영향에 대해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그 연구결과를 매년 발표하고 올해로 8회째 워크숍을 개최한 바 있다. 또한 일반 국민이 갖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기관들과 협력해 EMF 전자파 웹사이트(http://www.emf.or.kr)를 만들어 전자파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생활 속의 전자파 측정값, WHO 연구동향 데이터베이스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 스스로가 전자파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불필요하게 전자파에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때마침 지난 8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한국전자파학회,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전파연구소 주최로 전자파 인체영향 연구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과거 5년 동안의 연구결과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를 갖게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전자파가 생체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따라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 아무쪼록 전자파에 대한 걱정 없이 무선통신을 더욱 활발히 사용해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가 IT 기반의 최첨단 사회가 되는 데 전자파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양승인 한국전자파학회장·숭실대 공과대학장 siyang@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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