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글로벌 문화인`이 되자

최근 3G 월드 콩글래스(World Congress)나 ITU 텔레콤 전시회를 둘러보며 느낀 것 가운데 하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쟁자로 여겨지지 않았던 중국 통신기업들의 약진이다. 여기에 중국의 진출을 경고하는 각종 국제 보고서를 접하고 나면 이제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발전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우리가 겪었던 노동집약적인 개발도상국의 과정을 뛰어 넘으며 제조업뿐만 아니라 항공,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상품 수준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미 예상된 일이지만 우리나라가 집중 육성하는 반도체나 통신 등 국가기간산업과 중국이 핵심적으로 지원하는 국가사업이 맞물리면서 양국 간의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서구국가들이 중국에 투자한 연구소나 합작회사들은 중국의 기술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추세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 통신기업들은 지금까지 비교적 저렴한 비용의 우수 기술인력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시스템을 신속하게 개발, 주로 서구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쟁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 경제대국의 부상으로 우리의 기술인력 비용이나 개발 속도가 더는 큰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 오히려 값싼 기술인력으로 무장한 이들 국가를 볼 때 저렴하고 빠른 서비스와 기능 개발만으로는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은 물론 한국시장의 방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첫 단계로 중국의 표준을 세계 표준화하기 위해 국제 표준화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뻔하다. 그만큼 우리도 이른 시일 내 글로벌 인재 양성을 통해 국제 표준화작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기업 구성원 문화를 글로벌화해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을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어쩌면 기술개발이나 해외 마케팅보다 글로벌 전략과 표준화 작업이 더 시급한 문제일지 모른다.

 세계시장에서 싼 임금을 무기로 몰려오는 신흥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글로벌문화를 깊은 곳까지 이해하는 진정한 기업문화의 글로벌화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와 규격 속에서 세계 기업들과 협력해 공동사업을 벌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후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월풀의 CEO 데이비드 휘트먼은 “글로벌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모든 구성원이 글로벌한 사고를 갖도록 하는 것이며, 이는 전사적으로 글로벌 비전과 철학을 통일해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사업부 중심의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 개발에 앞서 전사적 기업 문화와 조직의 글로벌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국제적 시각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글로벌 문화가 회사 곳곳에 배어 있을 때 제품 개발에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또 이런 제품만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글로벌화한 인재의 양성 또한 시급한 사안이다.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아주 뛰어난 아이디어나 제안이 커뮤니케이션 문제나 의사를 전달하는 문화적 차이로 과소평가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특히 국제회의에서 지나친 자신의 이익 주장으로 외면당하는 경우를 보면 세계인들과의 협상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기반으로 협력과 양보로 실리를 이끌어 내는 유연성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세계 시장에서 우리의 상품을 판매하고 세계 최고의 통신기업들과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이끌어낼 때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세계인들과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세계 표준에 우리 의견을 반영할 수 있고 중국이나 인도 등 다른 신흥 통신 대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우리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비결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길이다. 이를 위해 기업 구석구석에까지 글로벌 문화가 스며들고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 세계의 기업들과 협력과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우리의 표준을 세계 표준으로 만들고 글로벌 표준을 우리의 표준으로 받아들이는 유연성을 갖춰야 아시아의 강자로, 나아가 세계의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다.

◆강우춘 (한국노키아 사장) uchoon.kang@nok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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