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요즈음 활력을 잃은 듯하다. 몇몇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극심한 불황에 울상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활력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어 다행스럽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새로운 IT서비스는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역동적이고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 층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용한 서비스를 개발 보급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좋은 결과도 기대된다.
최근 막내린 ‘부산 ITU텔레콤 아시아 2004’에서 관심은 모바일과 초고속 인터넷 응용분야에 쏠렸다. 전시 참여기업들이 대부분 모바일과 영상통신 기술을 응용한 디지털 모바일, DMB, 그리고 다양한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제회의의 주제도 초고속 인터넷 보급, 정보격차, 방송·통신 융합에 관한 것이었다. 국제기구의 최근 주요 IT어젠다도 WTO의 경우 회원국 간 IT 관세제도 개선, UN과 ITU가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 ‘WSIS’는 선·후진국간 정보격차 해소, 정보통신 기반구조와 정보능력의 발전, 정보 유통의 안전보장 등의 의제를 다루고 있다. UN 산하 기구들도 이러한 과제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는 민간분야의 산업 창출과 확대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통신보급률이 낮은 개도국과 뒤늦게 초고속 인터넷의 중요성을 인식한 선진국이 전략적으로 ADSL보급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이런 추세에서 휴대폰과 초고속통신망의 보급, 이용 면에서 세계의 선두 수준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휴대폰은 이제 언제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는 일상 휴대생활도구가 변하고 있다. 카메라·게임기 역할은 물론 DMB, 은행업무처리기능까지 이미 예고된 상태다. 이번 부산 ITU텔레콤에서도 휴대폰이 앞으로 유비쿼터스 서비스의 기본도구가 된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통신망과 통신기기의 발전과 함께 서비스산업도 인터넷 및 모바일 통신을 응용한 콜센터, 홈쇼핑 출현에다 모바일 카메라가 전송한 영상을 인화 배달하는 서비스업 등 새로운 영역이 개발되고 있다. 또 온라인을 통해 인도, 중국 등 값싼 고급인력을 활용한 각종 데이터 입출력 및 처리·간행물의 번역과 인쇄배포·반도체설계·리모트 통신기기 운용을 비롯한 특수 전문분야의 용역서비스 등 유비쿼터스산업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면 국제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IT서비스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IT성격상 창의성이 생명이다. 1∼2년 전만해도 알라딘의 마법같이 신기하게 생각했던 휴대폰의 컬러링이 이제 아프리카의 오지, 중동의 사막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창의성이 결여된 상품은 출시 즉시 시장에서 모방품에 의해 곧 바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보편성이다. 컬러링이나 SMS가 그 예다. 유행이 얼마나 빨리 세계로 전파되는가를 말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방법이든 친시장성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 유행 풍토 속에서 유사상품의 출시 전에 재빨리 시장을 파고들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산업화시대에 동·서양인들의 교차점으로서 홍콩·싱가포르가 제조업 제품의 국제적 시장이 되었던 것처럼 IT글로벌 시대를 맞아 최상의 IT환경을 갖춘 우리나라가 세계 IT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시장확장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IT상품은 시스템이거나 소프트웨어의 성격을 띠고 있어 종전처럼 진열 판매할 수 없으므로 보급을 온라인에 의존하거나 IT전시회를 이용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영국과 제휴를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IT산업은 유전공학, 재료공학, 정밀기계산업, 에너지산업, 항공우주산업 다른 첨단산업 분야와 연구자원의 할애해 우수인재의 유치·정부의 지원 및 사회대세의 관심 유인 등의 측면에서 또한 경쟁관계에 있다. IT는 다른 첨단분야의 연구활동, 필요한 정보처리, 엔지니어링의 설계, 시뮬레이션 등 필수적인 지원활동의 기반이 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 이 상태로 머물 경우 우리 IT분야도 언제까지 메달리스트를 지키리라는 보장이 없다. IT분야 리더들이 앞날을 보는 혜안과 공동협력을 위한 지혜, 그리고 요구되는 과업을 적시에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결단력이 메달리스트의 지속 여부를 말해 줄 것이라고 본다.
◆이종순 SK텔링크 고문·前 APT 사무총장 jslee194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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