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어쩌란 말이냐.’
한 아동용 온라인게임이 계속된 내용 수정에도 불구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7개월동안 18세 판정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윈디소프트가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겟앰프트’가 바로 그것. 이 게임은 심의를 넣을 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릴레이 18세 판정’을 받았다. 심의과정에서의 지적대로 게임 내용을 지속적으로 수정했음에도, 영등위측은 재심의마다 매번 다른 이유를 들어 18세 판정을 내렸다. 최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리니지2’ 유해물 판정 이슈에 밀려나 있는 영등위의 등급판정에 대한 객관성 및 일관성 문제는 사실상 중소 게임업체들의 최대 현안이다.
◇7개월간 계속된 릴레이 18세 판정=윈디소프트는 ‘겟앰프트’에 대해 지난 2002년 전체 이용가를 받은 후, 지난해 11월 새로운 패치를 실시함에 따라 영등위에 재심의를 신청했다. 그러나 영등위는 설명내용과 게임이 상이해 심의물 불량 판정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같은해 12월에는 월 구매한도가 명시돼 있지 않다고 다시 심의물 불량 판정을 내렸다. 윈디소프트는 게임수정 후 재차 심의에서 무기류와 액세서리를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어 과도한 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또다시 18세 판정을 받았다. 이후 영등위 지적사항을 받아들여 심의를 넣었으나, 이번에는 그동안 한번도 지적하지 않았던 폭력성을 문제삼아 18세 판정을 내렸다. 윈디소프트는 현재 또다시 내용을 수정, 재심의을 넣은 상태다.
◇권위주의에 젖은 영등위 심의=‘겟앰프트’사건의 경우 등급기준도 문제지만, 심의절차상의 문제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다. 재심의 때마다 이전 심의에서 지적되지 않았던 문제점을 들어, 심의물 불량이나 18세 판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등위는 지난해 11월 심의 때부터 월 아이템 구매한도, 아이템 현금구매 여부, 폭력성 등을 차례로 문제삼아 18세 이용가 판정을 내렸다. 이는 영등위의 권위의식을 드러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허약한 심의기준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영등위측은 “인력과 예산 문제로 심의가 길어질 수 있다”면서 “특히 심의에 응하지 않는 업체도 다수여서 게임업계가 권리주장에 앞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심의 따른 곳만 낭패(?)=‘리니지’ ‘바람의나라’ ‘프리스톤테일’ 등 20여종의 게임은 대규모 패치 이후에도 심의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잘하고 있다. 결국 윈디소프트처럼 영등위 요구사항을 충실히 수행한 업체들만 피해를 보는 꼴이 된 셈이다. 이한창 윈디소프트사장은 “‘겟앰프트’는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정말 건전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청소년들이 계속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영등위 요구에 맞춰 게임을 수정하고 있지만, 연이은 18세 판정으로 사용자와 개발자들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사무국장도 “겟앰프트 연속 18세 판정은 협회 차원에서도 큰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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