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대표 조 투치)와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스토리지 사업에 대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상호 협력키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양사는 4일 조 투치 EMC 본사 CEO와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 총괄 사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스토리지 판매 및 개발에 대한 양해 각서(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했다.
이번 제휴에는 △EMC의 중형 제품(클라릭스)을 삼성 브랜드로 부착해 판매하는 OEM 계약 △EMC가 향후 출시할 NAS 제품에 장착되는 핵심 부품 NAS 컨트롤러 헤드를 삼성전자가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er) 협력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EMC 스토리지 제품의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영업, 서비스 분야에서 상호 협력키로 했다.
◇한국EMC, 시장 확대 최대 원군 확보=이번 제휴로 한국EMC는 시장 저변 확대에 필요한 절대적인 원군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브랜드로 판매될 클라릭스 시리즈는 수요처에서 서버와 함께 구매하는 특성이 강한 중형 이하 제품이다. 이미 한국IBM이나 한국HP, 한국썬 등 서버 업체의 스토리지 매출은 각사 서버 매출의 30∼50%까지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한국EMC는 이번 협력으로 절대적으로 약세인 중소·중견(SMB) 시장에서 영업력을 높일 수 있어 하드웨어 시장의 점유율을 지킬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한국EMC는 전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ILM(정보생명주기관리) 전략 아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영업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 ODM 수출로 OEM 전략 상쇠=삼성전자는 이번 제휴를 통해 스토리지 사업에 있어 OEM 공급과 동시에 ODM을 통한 수출도 함께 추진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에는 아무리 기술력에 자신 있다 해도 자체 제품으로는 외산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OEM 파트너사의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나 완제품을 역으로 ODM 수출해 자사의 기술력을 알리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남은 문제=양사의 협력에 대해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실제 효과는 좀 더 지켜 봐야한다는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의 영업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이번 제휴의 성패가 갈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서버에서 스토리지 까지 제품 라인업을 갖춘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부터 공공 및 그룹 내 시장에서 가시적인 영업 성과를 올리고 있어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분석도 내두되고 있다.
한국EMC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를 파트너사로 잡게 됨에 따라 그간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다른 파트너사와 관계를 잘 풀어야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 인터뷰 - EMC 조 투치 CEO
▲방한 목적은=물론 삼성전자와의 제휴 조인식 때문에 왔다. 오명 과확기술부 장관을 비롯해 국내 주요 고객사를 만난 후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 삼성전자와 제휴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삼성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스토리지 제품에 필요한 부품을 개발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리셀러로서 EMC 제품을 판매해 영업에 도움을 얻는 것 외에도 삼성의 기술력을 우리 제품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삼성 역시 서버·스토리지 동반 사업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OEM 협력에 따라 삼성측이 개발하게 될 부품, 공급량은=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수준이고 세부 내용은 협상을 전개해야 하는 만큼 당장 밝힐 수 없다. 다만 ODM의 경우 삼성전자가 인텔 아키텍처 기반의 서버 기술 개발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만큼 우선 NAS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컨트롤러 헤드를 삼성측이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 히타지 진영의 공세에 대한 대응 전략은=히타치는 좋은 경쟁사지만 이미 한국EMC가 세운 ILM 방향에서 볼 때 하이엔드 제품 일부 분야에서 경쟁하는 관계라고 본다. 정보보호나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중앙집중식 관리, 가상화 등 ILM을 구현하기 위한 여러 요소 기술과 솔루션에서 절대적으로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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