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정보통신부가 주최했던 ‘소프트엑스포&디지털 콘텐츠페어 2003’ 개막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내년에 전자정부 관련 5대 공공정보화 사업에 22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오는 2007년까지 SW 및 디지털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1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과제’라는 이름으로 IT산업 발전 전략이 속속 추진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이같은 사업이 몇몇 특정 기술이 아니라 정보통신기술과 폭넓게 연관돼있는 만큼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 기술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점이다. 정보통신기술의 전반적인 발전을, 그 중에서도 소비자 접점에서 한단계 뒤에 숨어있는 백그라운드 기술과 솔루션의 발전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최근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인터넷은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사용자가 서버 접속을 시도하는 것이며, 2단계는 서버 접속 후 매끄러운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3단계가 바로 콘텐츠다.
이중에서 요즘은 누구나 할 것 없이 3단계의 콘텐츠가 눈에 먼저 띌 것이고, 이제는 ‘21세기는 콘텐츠의 시대’라는 말 자체가 식상해졌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한때 코스닥 등록을 위해 기업들이 ‘컴, 통, 텔’ 세 글자를 경쟁적으로 사명에 집어 넣었던 것처럼 이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건 기존 사업체든 간에 ‘콘텐츠’라는 단어가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자연스레 투자자나 오피니언 리더들 역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곳으로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처리해주는 네트워크, 빌링, 보안 등 백그라운드 요소 기술들은 주위의 시선을 끌기 쉽지 않아졌다. 예를 들어 사이버 트레이딩 도입 초기 시절인 지난 98년 5%에 머물던 모 증권사의 온라인 거래 비중은 불과 1년 후인 99년에 50%를 넘어섰으며 지금은 국내 증권거래의 70%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전에 하루 1억주 거래면 시장이 출렁거렸는데 지금은 10억주 거래가 다반사다. 그런데 이런 규모의 온라인 거래를 위해서 꼭 고객의 편의를 위한 콘텐츠나 프로그램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단 0.1초도 끊기거나, 막히거나, 흔들리지 않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인터넷의 1단계와 2단계가 여기에 해당된다. 바로 백그라운드 기술과 솔루션인데 이들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지금의 발전이 가능했을까. 이런 맥락은 온라인 증권 분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최근 대형 포털사이트나 음악 전문 인터넷 사이트들이 AOD나 VOD 서비스에 경쟁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야 한다는 것을 관련 업계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e러닝, 디지털방송 등 향후 시장 규모가 몇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하는 디지털 콘텐츠 분야도 백그라운드 기술이나 솔루션이 전제되지 않고는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최근 국내에서는 모두 3단계인 ‘콘텐츠’에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 이들의 요구를 소화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 기술과 솔루션이 제대로 발전의 토양을 다지지 못하고 있다.
1조2000억원이 투자될 것이라는 ‘SW 및 디지털 콘텐츠 육성’ 청사진과 그 이전에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과제’의 각론 속에 묵묵히 땀 흘리고 있는 백그라운드 기술 및 솔루션 개발업계의 노력을 위한 배려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윤기주 니트젠테크놀러지스 엔피아사업부문 사장 kjyoon@enp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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