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정홍식 통신사업 총괄사장을 데이콤의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그룹 통신사업의 본격적인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LG는 그룹의 미래 수종사업을 책임질 마지막 대안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데이콤으로선 지난 2000년 LG로 인수된 후 제2기 경영체제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 사장이 곤경에 처한 그룹 통신사업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할 수 있을지 주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새술은 새부대에’ 담으려는 LG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데이콤 정홍식호의 앞날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무엇보다 LG그룹과 데이콤은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는 열악한 자금여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LG그룹 통신사업의 비전인 종합유선사업(통신·방송 융합사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초고속인터넷 시장 판도변화의 열쇠를 쥔 두루넷 인수가 불가피하다. 지난 10월말 유찰된 두루넷 매각입찰 사례를 보면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그룹의 지원은 물론이고 파워콤 인수대금 8200억원 가운데 절반인 4100억원을 내년말까지 추가 납입해야 하는 데이콤도 여력이 없다.
앞으로 하나로통신과 불편한 경쟁관계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유선전화 사업이나, 향후 사활을 걸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사업까지도 하나로통신의 강력한 견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양사 모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 통신사업의 차별화된 경쟁요소로 꼽히는 파워콤과의 시너지 효과도 당장 데이콤이 헤쳐나가야 할 숙제다. 데이콤·파워콤은 이미 하반기부터 양사간 조직·시설통합 작업과 망 분리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사업적’ 시너지 효과보다는 ‘운영·관리’의 효율화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부정적인 환경변수보다 더욱 큰 문제는 정 사장에게 주어진 역할과 권한의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통신사업 총괄사장이긴 하지만 유무선·방송통신 융합 등 사업확대는 물론이고 향후 두루넷 인수 등 데이콤 사장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에 대해 얼마나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느냐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자금력의 한계속에서도 파워콤과의 사업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두루넷 인수전을 통해 하나로통신과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정 사장 특유의 ‘과단성’과 ‘추진력’은 데이콤과 LG그룹을 통신 3강의 축으로 다시 올려 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팎의 기대 또한 현재로선 유효하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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