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이달 초 열린 ‘소프트엑스포&디지털콘텐츠페어 2003’ 행사 개막식 축하연설에서 “소프트웨어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견인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요구는 지식경제 시대의 흐름에 맞는 시의적절한 지적이다. 소프트웨어 산업계, 학계, 정부는 이제부터 대통령의 주문을 실현시키기 위해 누가, 무엇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벽을 넘을 것인지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것은 1995년이었다. 선진국 미국은 1978년에 1만달러를 달성한 후 10년 뒤인 1988년에 2만달러를 달성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이 각각 9년, 일본이 6년, 싱가포르는 5년 만에 1만달러 대에서 2만달러 대로 진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1만달러에 발목이 잡힌 채 8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창업과 투자의욕은 저하돼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7%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프트웨어를 보자. 아직까지 벤처기업은 물론 대기업 중에서도 소프트웨어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주요 경쟁국들이 국가 소프트웨어 생산액의 75%를 해외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생산액의 5% 정도를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어떻게 밖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우리가 풀어 가야 할 숙제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흔히 ‘사람장사’라고 한다.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고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양성이 절대적이다. 국내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인텔, HP,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 다국적 기업 본사에서도 탐낼 만한 소프트웨어 인력으로 양성된다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질적 성장은 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지식경제로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싱가포르, 인도, 중국의 사례를 보자. 싱가포르는 이미 6000여 개의 다국적 기업을 유치했으며 MIT, 존스홉킨스, 조지아텍, 뮌헨공대, 아인트호벤공대 등 세계 유수 대학과 협력해 ‘아시아의 보스턴’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아시아의 고급 두뇌를 홉수해 자국 내 다국적 기업에 공급함으로써 더욱 많은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나가는 선순환 전략을 구사해 나가고 있다.
인구 7600만명인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주의 하이데라바드시는 우리 경제가 정체된 시점인 1996년부터 불과 5년 사이에 농촌도시에서 하이테크도시로 탈바꿈했다.
지금 하이데라바드시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방갈로르에 버금가는 인도의 IT도시이며 방갈로르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산업 근로자 네 명 중 한 명이 하이데라바드 출신이다. 지식경제로의 변화에 대응하는 인도의 성공사례 중 하나라 하겠다.
중국은 개방 이후 8년 전까지는 우리나라를 자국 경제성장의 모델로 연구해 왔으나 지금은 우리의 실패사례를 참고해 유사한 정책실패를 예방하면서 우리를 추월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또한 지식경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IT인재양성을 위해 대학들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칭화대학, 베이징대학, 푸단대학, 교통대학 등은 하버드, 스탠퍼드, 카네기멜론 대학 등과 공동학위 과정을 과감하게 협력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간의 경제 기적을 지속시킬 수 있는 저력과 불굴의 정신력을 갖추고 있다. 이제 하루 속히 새로운 소프트웨어 고급기술로 무장하고 21세기 지식경제 시대에 걸맞은 국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늦어도 2010년 이전에 국민소득 2만달러의 벽을 넘어야 하겠다. 기업, 학계, 정부 모두가 새로운 변화, 새로운 사고 방식에 적응하고 새로운 경쟁에 도전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 이단형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장 danlee@icu.ac.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시론]AI 패권의 새로운 질서
-
2
[ET단상] 양자와 AI 시대, K보안 도약을 위한 제언
-
3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4
[ET톡] AI와 2차 베이비부머의 미래
-
5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4〉AI '앱 경제'를 '에이전트 경제로' 바꾸다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5〉고독한 사람들과 감성 AI
-
7
[부음] 김동철(동운아나텍 대표)씨 장모상
-
8
[부음] 유상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씨 장모상
-
9
[GEF 스타트업 이야기] 〈57〉더 나쁜 사람 찾기, 손가락질하기 바쁜 세상
-
10
[사설] 보안기능 확인제품 요약서 사안별 의무화 검토해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