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무역컨설팅사 대표, 지역 IT기업 해외진출 메신저 역할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는 근위축증인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대구지역의 한 무역컨설팅업체 대표가 자신의 육체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지방 IT 기업의 해외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 화제가 되고 있다.

 가오리 대표이사 박영진 소장(41). 지난 4년 전 갑자기 찾아온 근위축증으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그가 일본진출을 희망하는 지방 IT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메신저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계명대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 99년 루게릭병을 선고받고 3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상태가 다소 호전되면서 지난해 5월부터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에서 일본어 통·번역사업을 시작했다.

 박 소장은 아직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할 정도로 몸이 불편하지만, 현재 지역 IT 벤처업계 해외진출 사상 가장 굵직한 일을 추진중이다. DIP의 3개 유망 IT벤처기업을 일본의 대규모 IT기업과 제품 수출에 대한 계약을 맺어주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노력에 힘입은 에임넷은 ePOS 제품을 미쓰비시전기에 공급하는 조건으로 현지에서 베타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또 PDA용 게임콘텐츠 개발업체인 소리아이가 콘텐츠유통사인 NTT 소루마레와 일본 배급을 잠정적으로 합의한 것도 그의 주선으로 가능했다. 3차원 영상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온디맨드소프트도 박 소장을 통해 일본 의료용장비업체인 파나소닉과 다음달쯤 제품 테스트에 나설 계획이다.

 이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장애 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성실성으로 시장과 제품에 대한 주도면밀한 분석을 한 그의 노력이 숨어 있다. 그는 시간이 없다는 고객사의 핵심인물과의 상담시간 마련을 위해 신간센 열차에 동승하는 노력으로 상대를 감동시켰는가 하면, 현지 직원에게 e메일과 전화로 끊임없는 ‘구애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제품이 있으면 이것이 일본시장에 먹힐 수 있는지를 우선 분석합니다. 다음으로 핵심실무자를 만나기 위해 모든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만나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의 노하우입니다.”

 현재 일본 오사카 도시형산업진흥센터(BPC)와 DIP간 교류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박 소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IT기업이라면 시장을 먼저 보고 제품을 개발하는 타킷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며 “특히 자기 제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제품의 단가를 높여 해외시장 진입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넓은 시야를 갖고 실제로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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