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인터넷요금제 재검토 필요

초고속인터넷은 가입자 1100만명, 사용자 3000만명 시대를 맞아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등 한국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낳고 있다.

 한국을 전국민 초고속인터넷 사회로 만든 일등 공신중 하나가 저렴한 완전 정액 요금제도일 것이다. 인터넷의 조기확산에 기여했고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던 완전 정액 요금제는 이제 네트워크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사용자의 형평성 제고 위주로 개편돼야 할 시점에 있다고 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트래픽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유통되는 컨텐츠의 대용량화, P2P 이용의 확산, VDSL 등 서비스 속도의 가속화 등에 따른 데이터 교환의 편의성이 서비스 가입자의 확대, 헤비 유저층의 급증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정액제하에서는 네티즌들이 사용을 자제해야할 필요성을 못느낀다. 결국 이런 개개인들의 행태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비효율적인 트래픽 증대를 가져온다. 경제학적으로도 한 이용자가 무절제하게 발생시키는 대량의 트래픽은 다른 이용자의 사용속도 저하 등을 가져오면서 ‘부정적 네트워크 외부성’, 즉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둘째, 사용자간 형평성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높인다. 대다수 네티즌이 주로 이용하는 자료검색, 이메일, 게임·오락, 채팅, 쇼핑, 신문·뉴스 등은 별다른 트래픽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부에서 무절제하게 이용하는 P2P, 웹스토리지 서비스를 통한 대용량의 파일 교환 및 다운로드 서비스는 상당한 트래픽을 유발한다. 한 통신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P2P 유형의 트래픽이 전체 다운로드의 60%, 전체 업로드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사업에서 각각 1·2위인 A·B 회사의 최근 트래픽 점유비율 자료를 보면, 상위 5%의 사용자가 전체 트래픽의 40%, 30%의 사용자가 80% 내외를 점하고 있고, 하위 50%는 7% 안쪽의 트래픽을 점유하는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내버려 둔 채 시행되는 정액 요금제는 결과적으로 소량 이용자가 다량 이용자의 비용을 보존해 주는 셈이다. 즉, 이용 형평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셋째, 사회집단간 불평등도 심화시킬 수 있다. 트래픽 유발 정도는 지역·소득·학력·연령별로 상관관계가 있다. 대도시 거주 고학력·고소득·젊은 연령층 구성가구가 중소도시 및 농촌 거주 저학력·저소득·고연령층 구성가구보다 트래픽 점유 비중이 훨씬 높고, 이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완전정액제하에서는 트래픽의 증가가 수익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투자에 나서는 것을 꺼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터넷망의 고도화는 지연되며 이는 결국 사용자들이 좀 더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다섯째, 다른 산업에 대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 유통 자료들은 음악과 영화 자료를 디지털 파일화했거나 소프트웨어 등을 복사한 것이다. 그런데 일단 인터넷으로 올라온 자료들은 복제 및 전파의 편리함과 신속성 때문에 대량으로 유포되면서 이들 제품을 만드는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작년까지는 음반 산업에 그리고 올해부터는 영화·방송·에니메이션 등 영상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여섯째, 완전정액 요금제도는 ‘헤비 유저’들도 ‘인터넷 중독’ 등에 시달리게 만들어 결국 이들을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 또 정액제하에서는 자료 획득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일단 “눈에 띄면 무조건 받고 보는” 행태를 유발, 사용자를 저작권침해 등의 준범법자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분명 한달 인터넷 트래픽이 1기가인 사람과 100기가인 사람이 동일한 요금을 내는 제도는 불합리하다. 정부가 주행세와 유사한 세율 체계로 불필요한 교통량 유발을 억제하면서 도로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려 하듯 정보고속도로도 이제 사회적 효율성을 높여야 할 때다.

 ◆ 이종걸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anyang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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