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게임시장을 보는 새로운 관점

 이제 PC방이나 집에서 컴퓨터에 CD를 넣거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또 지하철에서 커피숍에서 어느 공간에서든지 손안에 들어오는 휴대폰만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게임으로 사회생활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온라인게임을 통해 친구를 만나고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의 게임 때문에 동호회를 결성한다. 게임이 엄연한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게임이 공기처럼 일상화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게임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필자가 1998년 게임 개발을 시작했을때만 해도 여성을 위한 게임을 만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웃음을 샀다. 그만큼 여성은 게임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메가폴리엔터테인먼트가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인 ‘쿠키샵’을 개발한 것도 여성들이 좋아할 수 있는 소재로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 것이 동기였다. 그러나 남성 취향의 게임이 넘쳐날 때 여성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래서일까. 여성을 위한 게임 제작은 게임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나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꾸준한 테마다.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라. 스타크래프트의 폭발적인 인기 상승세에 힙입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PC방에서 여성들이 편히 즐길만한 게임들이 전무했다. 전쟁을 소재로 한 폭력성이 난무하면서 조작이 까다로운 게임들이 PC방 등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5년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게임 대중화의 물결을 타고 불과 몇년 사이 여성 게임 인구가 급증한 것이다. 당연히 비폭력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담고 있는 게임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여왕 마케팅, 명품 마케팅 등 여성 타깃의 게임 마케팅 기법도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전문성을 가진 여성을 위한 게임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서비스하는 업체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성들이 많이 즐기는 게임이라고 해봤자 게임포털업체에서 주로 서비스하는 보드게임류와 아바타 게임류가 대부분이다. 아쉽게도 이런 게임들은 여성들의 취향을 크게 반영한 게임이 못된다.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여성들의 관심과 흥미의 일부분 밖에 써먹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게임이 대중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여성들을 위한 콘텐츠 발굴이 없었고 여성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2000여개가 넘는 게임개발사들이 있다고 하지만, 여성 취향의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는지 손꼽아 보라. 여성 게임 콘텐츠 시장의 취약점이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여성 게임개발자들이 극히 드문 것도 여성 취향의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게임인구도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여성시장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낼 잠재 시장이다. 여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컨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면 새로운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형성된다. 이로 파생되는 사회적·경제적 이익이 엄청날 것임도 자명하다.

 이제 좀더 여성의 관점에서 게임시장을 바라보자. 게임업체들뿐이 아니다. 국가 기관이나 지원 단체도 여성 시장에 대해 좀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시장이라는 것은 투자 없이는 결코 탄생하지 않는 법이다. 지금이 적기다. 남성 중심의 게임시장이 포화를 이루고 있는 이때 잠재력이 충만한 여성을 위한 게임 컨텐츠 시장에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 김소연 메가폴리엔터테인먼트 사장 megafolly@megafol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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