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창립 후 2년이 지난 91년 현주컴퓨터의 김대성 사장은 청계천에 마련된 조그만 사무실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해서만은 더 이상 매출 확대가 힘들다고 보고 각 대학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브랜드PC와 조립PC간의 가격이 50% 이상 격차가 있어, 이러한 메리트를 대학생들에게 알릴 경우, PC 매출이 크게 늘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각 대학교에 잠입(?), 각 게시판마다 현주 특판 가격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으며 심지어 화장실에도 전단지를 부착했다. ‘화장실 마케팅’이라고도 불리웠던 이러한 시장 전략은 주효했다. PC를 구매하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때문에 PC구매를 주저해 온 학생들이 현주를 통해 PC를 구매했으며 현주는 넘치는 물량으로 몇개월 동안 밤샘작업을 해야 했다.
97년 말 IMF체제로 접어들기 시작해, 모든 PC업체들이 비용을 줄이던 시기, 현주는 오히려 월 광고비를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늘리는 모험을 감행했다. 결과는 대성공. 98년 405억원이었던 매출이 이듬해인 99년 무려 3배가 넘는 1266억원으로 뛰었다.
PC업체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은 결단의 순간을 아는 경영자”라며 “위기를 기회로 반전하는 능력이 어느 누구보다 탁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영자의 능력과 직원들의 헌신으로 실판매부문 3위까지 차지했던 현주컴퓨터가 최근 PC와는 전혀 상관없는 상가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PC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매출과 순익 개선이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3년 내리 감소하는 국내 PC시장, 노트북 PC로의 제품군 변화, 다국적기업의 시장 진입 가속 등은 현주컴퓨터는 물론 국내 중견 PC업체에게는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과연 김대성 사장을 비롯한 현주컴퓨터 직원들이 사업 초기처럼 PC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너무 진부한 얘기 일까.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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