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산업경쟁의 패러다임이 완제품 중심에서 부품·소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부품·소재가 완제품 생산비용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완제품의 가격과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이 상당수 완제품에서 이미 우리를 추월했거나 바짝 추격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내놓은 ‘부품·소재 강국 건설’ 정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버린 셈이다.
과거 정부부터 이미 국가의 주요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부품·소재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다시 한번 부품·소재 강국 건설의 기치를 내세운 것은 부품·소재 산업이 국가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품·소재산업을 어떠한 방법으로 발전시켜야 할까.
지금까지 정부의 부품·소재산업 육성시책은 다분히 기술발전의 일면적인 측면에서 많은 연구개발(R&D) 사업쪽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산업 경쟁력은 기술 발전 그 자체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기술이 첨단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상품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비록 기술 경쟁력은 확보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산업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다양한 지원정책과 병행해 정부시책이 추진될 때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산업경쟁력 확보를 이루는 부품·소재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의 논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간의 참여는 네가지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우선 자본의 관점이다. 정부의 R&D자금 지원은 민간 투자기관의 투자와 병행될 때 상승동반 효과를 창출한다. 민간투자기관은 자본이득(캐피털 게인)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기술 우위가 아니라 사업 성공여부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부품·소재전문기업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민간투자기관이 참여하는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범위를 보다 확산시켜 산업경쟁력 중심의 부품·소재 개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둘째, 수요기업이 적극적으로 기술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중소부품·소재기업과 참여하는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세계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수요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부품·소재 개발 및 사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글로벌소싱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부품·소재기술개발 사업에 수요기업과 중소 부품·소재기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시행 중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수요기업과 중소부품·소재기업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경영지원이다.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부품·소재 개발 기업에 대한 경영·재무 투명성 확보를 위한 관리와 경영컨설팅, 마케팅 지원, 추가 자금 조달 지원 등 보다 다양한 경영지원활동이 뒤따라야만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신뢰성 인증 및 보험 사업에 대한 국내 수요기업의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규모가 영세한 부품·소재기업의 기술개발 제품에 대한 수요시장 창출 및 확대를 위해 제품 수명과 고장률 등 미래 품질을 결정하는 부품·소재의 신뢰성 기술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는 까다로운 선진국 시장을 뚫는 지름길인 동시에 중소 부품·소재기업과 상생하는 길이기도 하다.
배가 고프다고 설 익은 밥을 먹으면 배탈이 난다.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부품·소재 기업을 중심으로 정부와 민간투자기관, 수요기업 등이 맞손을 잡고 노력할 때 한국의 부품·소재산업은 거센 세계화의 폭풍 속에서도 그 모습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이성원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 부회장 lee3922@kit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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