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저력있는 나라

 흔히 인생삼락(人生三樂)이라 한다. 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하며 사람에게 부끄러울 것이 없는 세 가지가 인생의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어디 요즘 인생살이가 이처럼 간단한가. 그 보다는 숱한 희노애락이 반복되는 게 삶이다.

 국가도 흥망이 교차한다. 그렇지만 저력있는 국가는 위기를 기회를 만든다. 저력있는 국가의 공통점은 어떤 경우라도 처한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해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하는 일을 부단히 개선 또는 개혁해 부가가치를 높여 원하는 바를 이룰 때 범부(凡夫)도 위인(偉人)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한 사람의 위인이 국가의 운명을 바꾼 사례는 동서고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도 현 위치에서 가치창조와 지식고도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글로벌 산업경제에서 지식기반경제로 패러다임이 바뀐 지금은 바로 이런 애씀이 절실하다.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지(方法知)를 체득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국가 현안에 대한 냉철한 상황판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가. 이를 토대로 개인과 기업 국가가 각기 설정한 지향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그 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현안이 너무 많다. 노·정갈등과 이라크 파병, 청년실업난, 비자금 특검, FTA협정 등 풀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도소매 판매는 8개월째 감소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했건만 기업들이 제 식구 배 채우기도 힘든 형편이다. 명퇴란 게 제 식구 먹여살리기 힘들면 내보내는 것이지 별다른 게 아니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경제는 내수침체에다 수출도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기대이하의 실적이다. 그런데 그 주체인 재계는 지금 비자금 태풍에 휘말려 있려 제 발등 불끄기에 영일(寧日)이 없다.

 내로라 하는 재벌 기업들이 검찰의 눈치만 보고 있다. 기업들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정치권에 돈 주고 싶어 안달이 난 기업이 몇개나 되겠는가. 돈주고 감옥에 갈 수 있으니 속이 편할리 없다.

 기업 입장에서 당연히 억울할 것이다. 돈많은 게 죄라면 죄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기 행위를 자신이 지배할 수 있다. 일차적인 책임은 기업인과 기업에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재계가 두손 놓는 바람에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차질이 있다고 한다.

 신규투자나 신제품 개발, 해외기업 유치 등 본연의 일도 소흘해진다면 큰일이다. 이러다간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국민소득 2만달러도 앞당기기 어렵다. 이번 비자금 수사가 경제를 수렁으로 빠지게 해서는 안된다. 세월이 흐른다고 저절로 2만달러 벽을 넘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능한 빨리 과거를 매듭짓고 새로운 비전아래 각자 본연의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시 일본 방문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도자의 덕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현재의 일을 소상히 파악해 그 원인을 분석하고 비전을 제시한 후 그것을 실천하는 능력”이라고 대답했다.

 대통령만 지도자가 아니다. 각 분야마다 지도가는 있다. 지역이나 직장 가정에도 리더는 있고 그 역할이 있는 법이다.

 hd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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