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으로 IMF사태이후 우리 은행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셈이다. 최근 외국자본·은행의 국내은행 지분 인수, 국내 진출 등이 새 이슈로 등장하는 것은 우리 은행권이 IMF의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반증이다. 이제 은행 산업도 새로운 변화를 적극 수용·대응해야 할 때가 되었고 인터넷 뱅크도 그중 하나다.
우리나라 은행의 대표적인 IT서비스인 인터넷 뱅킹은 지난 99년 처음 도입돼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조회 및 이체 등 각종 서비스를 인터넷상에서 간단히 실행할 수 있게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말 현재 인터넷 뱅킹 등록 고객수는 전년말에 비해 56.6%가 증가한 1771만명이었고 인구대비 인터넷 뱅킹 실질 이용률도 30.8%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인터넷 뱅크가 없다. 인터넷 뱅크(Net-only-bank)란 오프라인 지점없이 인터넷 상으로만 영업을 하는 새로운 은행형태인데 미국의 경우 2000년 인터넷 뱅크 수가 44개를 넘어섰다.
일본도 2001년에 4개의 인터넷 뱅크가 설립되어 영업중이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자랑하고 온라인 증권거래 비율도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는 인터넷 증권· 보험사는 있지만 인터넷 뱅크는 없다.
이미 2년전에 한번 이슈화 된 바 있는 이 문제는 몇가지 문제로 사회적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당시의 문제점은 첫째, 최소 1000억원의 자본금인 은행설립 자본금, 동일인 지분이 4%를 초과할 수 없는 규정 등이었다. 둘째, 당시 외국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인터넷 뱅크의 사례가 없었다. 현 시점에서 보면 이미 외국의 인터넷 뱅크들은 수익을 내고 있다. 미국의 넷뱅크 (http://www.netbank.com), 영국의 에그뱅크 (http://www.egg.co.uk) 등이 흑자를 내는 대표적 인터넷은행이다. 보안과 안정성 등도 국내외 사례를 통해 검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금융시장 상황도 최근 등록한 코스닥 기업의 공모에 수천억원의 현금이 모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따라서 국가 경제의 인프라인 인터넷 뱅크의 설립을 위해서 다수의 IT 및 벤처 기업들이 출자를 하고 국민들로부터 공모를 하게 된다면 자본금 조달 뿐 아니라 은행의 건전한 분산된 지분 구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은행이 외국 은행들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중요 이유 중 하나는 경쟁부재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많은 경우 경쟁이 발전을 가져온다. 인터넷 뱅킹에서도 미국의 씨티은행이 1999년에 Citi f/i 라는 인터넷 뱅킹 사이트가 경쟁에서 뒤지자 My Citi라는 사이트를 다시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우리의 인터넷 인프라와 인터넷 뱅킹의 빠른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인터넷 뱅크는 은행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갖춘 분야다. 우리가 세계적인 잠재력을 가진 이 분야에서 발전하기 위해서,또 경쟁을 통한 보다 발전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인터넷 뱅크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뱅크 설립의 효과는 무엇인가.
첫째, 기존 오프라인 은행들의 조회·계좌이체 중심의 서비스가 인터넷상에서 예금과 대출로 확대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둘째, 온라인 서비스 수행과정에서 요구되는 은행업무 노하우의 시스템화는 은행 업무수준을 한 단계 높이며 경쟁력을 강화시켜 준다. 셋째, 금융IT 측면에서 직면하게 될 많은 새로운 과제는 침체된 IT 시장의 새 돌파구를 마련해 준다. 넷째, 벤처가 설립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면 지분배분의 안정· 벤처업계의 금융 업무 지원의 편의성도 높아질 것이다.
부디 이른 시간 내에 인터넷 뱅크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어 우리사회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이 과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통한 금융계와 IT계의 발전이 같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서창환 와이솔루션즈대표 c-suh@waisolut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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