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속빈강정 `주사업자`

 ‘역시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게 없다.’

 1500억원 규모의 철도청 차상신호시스템(ATP) 사업과 함께 올 하반기 최대 공공사업으로 꼽혔던 1000억원 규모의 인천국제공항 자동여객수송시스템(IAT) 프로젝트 우선 협상 대상자가 선정된 후 업계의 반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대정보기술, LG산전, 대우엔지니어링(삼성SDS) 등 시스템통합(SI) 및 엔지니어링 관련 3개 업체가 외국 차량제조업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제안서를 제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1차 기술 심사를 통과한 LG산전 컨소시엄과 현대정보기술 컨소시엄이 격돌한 가격 입찰에서 양 컨소시엄은 약속이나 한 듯 당초 예정가격의 절반 수준에 그친 가격을 제안했다. 전동차를 공급하는 일본 업체들이 가격인하 경쟁을 펼친 끝에 확정 가격이 예상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게 발주 기관의 설명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최저가 입찰 방식을 채택했고 향후 후속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사업 발주 당시부터 최종 가격이 700억∼800억원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LG산전 컨소시엄(512억원)과 현대정보기술 컨소시엄(616억원)이 제안한 가격이 100억원 가량 차이를 보였지만 일본 업체의 기술력을 감안하더라도 모두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이 프로젝트는 주 사업자보다는 협력업체가 주도권을 쥔 채 진행하는 꼴이 됐다.

 더구나 오는 12월에는 단일 프로젝트로는 보기 드문 1500억원 규모의 철도청 차상신호시스템사업자 선정이 진행된다. SI 업계 및 엔지니어링 업계는 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벌써부터 미국과 프랑스 등 외국 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선진 기술과 장비를 모두 외국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만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주 사업자가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구태가 다시 재발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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