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와 지식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정보기술(IT)의 확보가 기업은 물론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전력산업의 경우도 전기의 생산에서 공급에 이르는 거대한 전력계통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IT 적용범위가 매우 넓고 다양하다. 따라서 IT의 활용 여하에 따라 전력산업의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 전력산업의 IT화는 경영, 관리, 발전, 송·변전, 배전, 판매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구현되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전력회사들의 IT활용은 경영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사무자동화(OA) 위주였다. 하지만 IT의 발전과 더불어 점차 전력설비 운영의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제어 및 자동화 분야로 IT화를 확장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 북미, 유럽 등 세계 각국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전력체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전예방, 전력공급 중단 최소화 등을 위한 전력 자동화사업은 날로 중요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전력공급에 여유가 있는 데다 과부하 발생시 자동으로 차단되고 전력우회망이 작동돼 미국과 같은 연쇄 정전사태는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에 국내 대표적인 전력업체인 한국전력공사도 그동안 축적된 전력자동화 IT를 보다 확대·강화하는 추세다.
예컨대 한전의 경우 지난달 세계 굴지의 TRS 장비운용 업체인 미국의 M/A-COM사와 TRS무선방식 전력자동화사업의 해외 진출을 골자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독자적인 전력자동화 IT기술을 이용, M/A-COM사가 이미 확보한 고객과 아시아지역 신규시장에서 공동으로 판로를 모색하게 됐다.
이를 한전이 전력통신 특화기술을 무기로 해외사업 진출을 추진해 바야흐로 세계 전력시장에서 IT화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으로 보아도 대과가 없을 것이다.
TRS 무선방식은 주로 선진국의 전기, 수도, 가스 등 공익기업과 경찰 등 공공안전기관에서 신속한 음성통신을 위해 활용된다. 하지만 음성통신이 아닌 무선데이터 전송기술로 전력자동화 IT솔루션을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다. 종전의 유선방식으로는 엄청난 비용이 예상되던 배전제어시스템을 경제적이고 신뢰성있는 방식으로 해결한 셈이다. 특히 국내 전력산업의 특성상 한전의 세계시장 진출이 곧 국산 전력 IT의 세계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수년사이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전력과 같은 인프라부문 투자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재래식 전력 생산설비의 현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한편, 신뢰성있는 전력공급을 위한 제어부분 자동화기술에 대규모의 투자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의 예를 볼 때 이같은 중국·동남아 국가의 제반 여건은 우리나라가 특유의 장점을 지닌 핵심 IT를 새롭게 가다듬어, 신흥 전력시장을 개척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본다.
국내 전력업체와 관련 IT기술진들이 자체적으로 전력IT를 보다 최적화하고 상품화해 세계 유명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경쟁우위의 선점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정부도 연내 마련될 산업자원부의 ‘전력IT 발전 장기비전’을 근간으로 국내의 법과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관련 업계와 연구기관이 마음껏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전력IT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우는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인정하는 IT강국이다. 여기에 덧붙여 한전 등 국내 전력회사의 기술적 협업과 정부차원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함께 이뤄진다면 한국은 세계 전력IT 시장에서도 강력한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박종화 한국전력 정보통신처장 parkjh@kep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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