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무어의 법칙

 인텔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기기술자인 고든 무어는 그의 동료들이 연속되는 각 제품의 세대별로 반도체 칩의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음을 목격한다. 크기가 줄어드는 데도 파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회로가 더욱 가까이 위치하는 데다 더 많은 회로를 하나의 칩에 실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어는 이를 통해 축소화를 가능케하는 기초 물리학은 그 나름대로 상당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결론을 얻어낸다.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해서 지난 30여년간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했는지를 보여주는 ‘무어의 법칙’은 1965년 이렇게 탄생했다. ‘반도체 칩의 정보 기억량은 18∼24개월 단위로 2배씩 증가하지만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당시에는 이 말을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1971년 개발된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인 4004와 1997년에 발표된 펜티엄 Ⅱ까지의 용량(집적도)의 변화를 보면 대체로 맞아떨어진다. 무어의 법칙으로 계산하면 3080배, 실제 트랜지스터 개수는 약 3261배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는 이 무어의 법칙이 깨지고 있다. 지난해 2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총회때 삼성전자가 밝힌 ‘메모리 신성장론’이 현실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9년 256메가 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시작으로 4년 연속 집적도를 2배로 끌어올리는 기간을 1년으로 단축시켰다. 2000년 512메가, 2002년 1기가, 2002년 2기가에 이어 엊그제는 세계 최대 용량인 4기가 반도체(데이터저장형 플래시 메모리)를 발표했다. 또 여기에는 70나노 공정기술을 개발 적용함으로써 집적도가 2배 향상되면서도 2기가 제품과 비슷한 크기를 유지한다.

 반도체시장이 앞으로 모바일과 디지털 기기를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0나노 4기가 플래시메모리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빨리 빨리’의 문화가 오랜 정설(무어의 법칙)을 깨고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IT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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