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3년 넘게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한달 이용요금이나 모뎀 임대료 등이 비싸기는 하지만 이제 인터넷 없이는 살기가 무척 불편하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언론매체 등을 통해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지금과 같은 정액제 서비스가 아닌 종량제서비스로 바꿀 가능성을 언급하는 얘기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설비 투자나 관리에 드는 비용에 비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적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초고속인터넷업체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현재 서비스 이용요금도 부담스러운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소식이 반가울 리 없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인터넷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말하는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의 논리가 과연 합당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인터넷종량제 도입에 앞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들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스팸메일 문제가 있다. 필자는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백 통의 스팸메일을 받고 있다. 만약 인터넷 종량제가 도입될 경우 스팸메일을 수신하는데 드는 트래픽 비용을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원치 않는 메일을 수신하는 비용을 내야 한다는 건 억울한 일이다. 따라서 인터넷종량제를 도입하려면 이에 앞서 정부 차원에서 스팸메일을 차단할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고 또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업체들 역시 스팸메일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스팸메일로 확인된 인터넷 트래픽에 대해서 요금을 부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두번째는 서비스 품질이다. 요즘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품질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은 아직 문제가 있다. 중간 중간 뚝뚝 끊기는 질 나쁜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가 요금을 부담해야 할 책임은 없다. 서비스 품질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이에 따른 적합한 요금 계산법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또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최근의 인터넷 기술이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들은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아도 스스로 인터넷에 접속해버린다. 검색을 위해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더라도 각종 배너광고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배너광고가 뜨는데도 상당한 인터넷 트래픽이 든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요금까지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전가한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적정한 이윤이 발생해야만 회사를 유지하고 또 더 나은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부담을 적절한 근거 없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인터넷종량제도 마찬가지다. 종량제를 도입하려면 먼저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영우·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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