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보화에 대한 자신감

 IT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의 최대 관심사는 언제쯤 경기가 회복될 것인가에 모아져 있다. 불황의 탈출구가 아직까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쯤일 것이냐는 물음에는 십중팔구 조만간일 것이라는 대답이 되돌아온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올 상반기, 그리고 올 상반기에는 하반기쯤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경기는 아직도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빨리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CEO들의 안타까운 마음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직까지 경기가 회복된다는 뚜렷한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됐다. 정기국회를 통과하는 순서가 남아있지만 정부의 내년도 정책의지를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자료다. IT 관련 예산만 보면 정부의 정보화 및 차세대성장엔진사업에 대한 강한 의욕을 찾아볼 수 있다. 2만달러 소득시대를 주도할 10대 미래전략 산업에 대한 기반확충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됐고 R&D 투자도 8.0% 늘어났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의 토대가 될 정보화예산은 올해에 비해 6.3% 증가했다. 내년도 정부예산이 올해에 비해 2.1% 늘어난 것과 비교해보면 긴축재정속에서도 정보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내년도 예산이 IT 부문을 중심으로 R&D, 정보화, 교육 등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기반조성이 큰 몫을 차지한 것은 차세대 IT산업 육성과 정보통신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 없이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당연한 결과다.

 그동안 정부의 정보화예산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속에 그나마 IT산업의 명맥을 잇게 한 정부와 공공기관 수요마저 쪼그라드는 것 아니냐고 전전긍긍해왔던 IT기업 종사자들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IT의 최대수요처 중의 하나가 바로 정부 및 공공기관이고 그 예산에 의해 내년도 IT투자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예산집행기관들이 외부에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정보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누차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예산안이 확정되기 이전부터 이 당연한 사실 조차 의심받아 왔다. 어려운 국가 재정 수입과 국방예산 증액 등을 이유로 정보화 등 IT부문 예산이 내년에 크게 삭감될 것이라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으며 심지어 국가정보화사업에 대한 각종 평가 결과들이 예산 삭감을 위한 살생부로 활용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예산부족으로 사업차질이 우려된다는 식의 언론플레이가 난무했던 것도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같은 사실은 정보화 예산을 신청하는 부처들 스스로가 그만큼 정보화사업 과정에서의 효율적인 예산집행과 그 효과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당연히 긴축예산기조속에서 줄일 것은 정보화예산 외에는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올만 하다. 실제로 매년 국감때마다 정보화 부문에서 사업자 선정 의혹이나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낭비 문제는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이제는 “IT와 정보화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국민의 혈세를 쓰는 주체들은 당연히 국가 예산을 쓰야만하는 이유와 그 효과를 스스로 입증해 내야 한다. 전자정부나 국방정보화 등 대규모 프로젝트들도 예외는 아니다.

 IT와 정보화에 대한 투자는 이제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보화예산은 계속 늘어나야 하지만 그 속에서 옥석은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그래야만 정보화에 대한 소신과 자신감이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양승욱 정보사회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