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표류 위기…SI업계 `허탈`
국방부 조영길 장관이 지난 23일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현재 집행승인을 앞둔 해·공군 전술 C4I 체계 개발사업을 비롯해 중기 계획에 반영돼 추진돼온 대형 국방정보화 사업에 대한 연기 또는 재검토 입장을 공식 표명함에 따라 국방정보화 사업 차질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특히 조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추진중인 국방정보화 사업의 전면적인 연기 뿐만 아니라, 그간 시스템통합(SI)업체를 통한 국방정보화 체계 개발방식의 전면적인 수정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SI업계는 국방부의 이같은 입장에 강하게 반발하며 공동으로 대응책 마련에 착수키로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방정보화 사업 ‘존폐’ 기로=국방부 장관의 이같은 입장 표명으로 지난 6월 사업자 선정을 끝내고도 정식계약이 수개월째 늦어지고 있는 해·공군 C4I 개발사업이 당장 차질을 빚게됐다. 업계는 당초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춰져 빨라야 내년 9월께나 사업착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재정 여건상 내년에도 명확한 예산확보가 안될 경우, SI업체들을 통해 이미 업무 재설계(BPR) 및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을 마치고 발주 예정이었던 군수통합정보체계, 국방인사정보체계, 국방동원정보체계, 군사정보 통합전파처리체계 개발사업 등 주요 정보화사업들도 장기간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조 장관의 국방정보화 사업의 개발방식 재검토 발언은 민간 SI업체 주도의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SI업계에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통상 개발방식은 △정부(군) 주도 자체개발 △정부 주도 용역개발 △업체주도 용역개발 등 3가지다. 만약 개발방식이 군 주도 자체개발로 바뀔 경우, 종전 민간업체 주도의 정보화사업 무산이 불가피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최근 분석평가관실에 지시한 정보화사업 개발방식에 대한 연구검토 결과가 내달 중 나오는 대로 이를 토대로 현재 추진중이거나 계획을 세운 정보화 사업의 개발방식을 최종 확정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내 한 관계자는 “국방부 내부에서 민간업체 용역개발에 대해 불신감이 높은 데다가 내년도 국방예산이 소폭 증액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보화 체계를 군 주도의 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결정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충격에 휩싸인 SI업계=SI업체들은 국방부 방침이 한마디로 ‘국방 정보화 사업의 포기’라며 충격에 휩싸였다. 그간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사업을 준비해온 상황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게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공동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삼성SDS·LG CNS·SK C&C·포스데이타·쌍용정보통신·현대정보기술·대우정보시스템·KCC정보통신 등 8개 SI사 국방사업 임원들은 지난 23일 만나 첫 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이번 주중 후속 대책모임을 열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SI업체들은 특히 해·공군 C4I 체계사업 주관사업자인 쌍용정보통신과 포스데이타측이 작성한 건의문에 다른 업체들이 연대 서명, 이르면 26일께 청와대 및 감사원·국방부·정보통신부 등 관계 정부기관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해·공군 C4I체계 사업자로 선정된 SI업체의 한 임원은 “제안비용·협상비용·추진인력 선투입·사무실 비용을 합해 최소 20억원 정도의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며 “내년 예산부족으로 이미 계획된 예산 집행이 곤란할 경우, 내년에 소프트웨어를 먼저 개발하고 2005년 이후 나머지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군이 정보화체계를 자체개발하는 것과 관련, 군 장성 출신의 SI업체 국방임원들은 “군 자체개발시 조직구성 및 인력확보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군 자체 개발 능력 부족으로 결국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로 끝날게 뻔하다”며 “업체로서도 그간 국방정보화를 위해 양성한 기술인력의 계속 유지가 불가능해 국가적으로도 정보화사업의 기술 연속성이 단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