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의 수장인 크리스토퍼 갤빈(53·사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함에 따라 모토로라호(號)의 전략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22일자 18면 참조>
창업자의 손자인 갤빈 회장은 지난 97년 CEO에 오른 이후 인력 삭감을 통한 구조조정, 중국 중시 전략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90년대 초반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에 1위를 내주고 반도체 시장에선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거함 모토로라를 위축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갤빈의 전략적 실패=갤빈 전 CEO는 그동안 모토로라의 미래전략을 둘러싸고 이사회와 충돌해왔으며 결국 이번 사임으로 그의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7년 이래 크리스 갤빈의 전략은 크게 3가지.
반도체 사업에서 제조능력을 줄이는 대신 하이브리드콘트롤러, 신호처리프로세서 등 성장이 예상되는 몇몇 고부가 부문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통신장비를 제외한 반도체 사업부문 매출이 13% 줄어들며 세계 반도체 업체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떨어져 체면을 구겼다. 많은 기업이 반도체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팹사업을 강화한 것과 달리 갤빈은 라이선싱과 신기술에 주력해 왔다.
휴대폰 사업에선 경쟁업체에 기술을 나눠주고 그 대신 휴대폰 칩 등에서 돈을 버는 이른바 ‘갤빈의 도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97년 26%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17%, 올해 들어서는 14.6%로 추락일변도를 보이고 있다.
갤빈 전 CEO가 96년 중국 장쩌민 전 주석을 만난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한 중국 중시 전략도 현재로선 실패로 보인다. 중국 정부와 긴밀한 유대를 자랑하던 모토로라는 지난 2분기에 10% 매출 감소를 겪으며 회의론을 확산시키게 된다.
◇유동성 강화 ‘업적’=갤빈 전CEO는 자신의 재임 기간에 5만6000명에 달하는 인력 삭감을 감행해 모토로라의 수익 기반을 강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의 강력한 구조조정에 힘입어 모토로라는 이제 6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가진 현금 부자 업체다.
모토로라의 존 페퍼 주니어 이사는 공식적으로 “갤빈의 리더십 아래 이뤄진 구조조정의 성과로 모토로라는 지난 10분기 연속 현금 흐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갤빈 전 CEO가 떠난 모토로라는 새 조타수를 맞이하고 새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하마평에는 지난해 2월 GE에서 영입된 마이크 자피로프스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외부 인사 영입도 거론되고 있다.
◇향후전망은=그동안 임원들은 세계적 반도체 메이커이긴 하지만 손실을 내고 있는 반도체 사업부 등에 대해 다른 기업과의 합병 등을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다. 이번 갤빈 회장의 사임으로 이같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토로라는 또 3세대 이통의 전단계인 UMTS사업 기회에 대한 투자 실기, 컬러폰 등 신제품에 대한 출시 지연 등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모토로라가 살기위해선 노키아·에릭슨 등과 협력의 길을 찾게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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