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근 미국 인텔이 우리나라에 R&D센터를 설립키로 했다고 알려지면서 동북아 중심 국가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우리 제품이 기술과 품질 면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뒤지고, 가격에서는 중국 등 후발국가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나라가 금융·비즈니스·물류·R&D 부문의 동북아 중심 국가로 부상한다면 이는 새로운 국부 창출의 원동력이다.
우리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 경제권에 모두 접근 가능한 지리적 잇점을 가지고 있다. 다가오는 21세기 동북아 시대의 중심 국가가 되기 위한 자연 여건을 손색없이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요소를 살펴보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외국 기업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개최한 ‘동북아 경제중심 국제포럼’에서 주요 외국 기업인은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고 한결 같이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유연성 있는 노동 시장 확보가 시급하다. 지나치게 과격한 노동 조합과 유연하지 못한 노동 시장 때문에 외국기업이 외면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 다국적기업 N사가 노사 갈등으로 인해 한국 시장 철수를 검토하겠다는 소식은 ‘동북아 중심국’이라는 우리의 의지를 무색케 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불법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이 홍콩이나 싱가폴보다 훨씬 높다. 외국인 생활 환경 면에서도 열악한 문화· 교육 시설 등을 비롯해 불친절, 주재원 배우자에 대한 까다로운 고용 허가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걸림돌이 많다.
기업인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시장 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름아닌 이윤 추구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이윤 추구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당연시한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경직된 노동 시장과 정책 일관성 부재 등을 이유로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소식은 앞서 지적한 장애 요인을 더욱 피부에 와닿게 한다. 사실 동북아 중심국가가 될지 여부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과 외국 기업이 평가해야 할 사안이다.
굴지의 국내 기업도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생산기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는 실정에서 외국 기업이 어떻게 동북아 중심 국가로 인정할 수 있을런지 의문스럽다.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처해 있는 한국이 동북아에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경제적으로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고 경쟁국보다 나은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면 전세계 기업인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고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 기고 -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정부의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추진은 지난 3년간 무역협회가 꾸준히 주장해왔던 정책 과제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역협회는 이미 2000년부터 21세기 한국 경제의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해 기존의 상품 무역만으로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어렵다고 판단해 그 대안으로 신 무역 혹은 복합 무역 전략을 주창해 왔다. 이런 전략은 한반도의 지경학적 잇점을 살려 기존의 상품 무역에 더해 물류· 관광· 금융 등 서비스 분야의 잠재적 강점을 활용하자는 것으로 동북아 경제 중심 건설 전략에 그 내용이 고스란히 포함돼 있다.
무역협회는 21세기 우리경제의 활로로 일컬어지는 ‘동북아 경제 중심 건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지난 해 6월 말 국내 주요 경제석학을 초빙해 동북아 경제 중심 건설 방안에 관해 토론을 벌인 ‘21세기 신무역전략 대 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비롯해 방송 강연과 좌담회 참석, 각종 세미나 개최, 기고 활동 등을 벌였다.
특히 금년 초 신정부의 출범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위·외국인 CEO 조찬 간담회’ 와 ‘대통령직 인수위·경제전문가 좌담회’등을 개최해 신정부의 정책 수립을 적극 지원했다. 또 협회의 물류담당 임원이 대통령 직속의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산하의 물류전문위원회의 위원으로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을 위한 로드맵’작성에 참여하고 협회 차원에서 실현 가능한 여러 가지 관련 사업을 구상 중이다. 동북아 경제 중심지 건설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면서도 취약한 분야가 외국인 투자 유치이다. 지난 4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표한 2003년 세계투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수행 지수는 전체 140개국 가운데 9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잠재력 지수에서는 한국이 18위를 차지해 FDI 유치 여력은 상위권에 속해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우리가 가진 역량에 비해 실제 FDI 유치 성과가 매우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결국 우리의 경제규모에 비해 우리 내부에 외국인투자를 가로 막는 많은 장애요인이 존재함을 말해 준다. 즉, 각종 규제의 철폐, 노사관계의 안정, 경쟁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세금 등의 문제 해결을 통한 여건 조성이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해 가장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장애 요인들의 해결은 비단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내 기업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많은 규제와 노조의 불법 파업은 국내 기업의 해외 유출을 촉진시켜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 국내 기업도 기술 도입, 외국인의 지분 참여 등에 있어 폐쇄적인 자세를 버리고 외국 기업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나아가 동북아 중심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열린 마음을 가져야한다. 우리는 빗장을 걸어 넣고 외국기업에만 개방을 요구한다면 국제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할 뿐 더러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 내부의 노력과 함께 다른 나라가 우리를 중심국가로 인정해 줄 때 비로소 ‘허브’의 청사진은 그려질 수 있다.
◆ 기고 -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와 시스템, 지역 균형 발전과 원활한 남북 경협 사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경영전반을 원스톱· 원루프로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은 물론 산·학·연 협력 강화로 중소기업과 지역 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중소기업 남북경협센터 설치를 통해 남북경협 지원도 수반되어야 한다.
동북아가 미국과 EU에 이어 세계 3대 교역권으로 부상한 가운데 한반도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일본과 21세기 경제대국 중국의 연결지점에 있어 동북아 경제 활동과 국제 물류 최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변화 가운데 대두되고 있는 것이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 건설 전략이다.
지정학 이점과 우수한 인력, 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을 동북아 물류, 금융과 IT산업의 허브로 개발· 육성해 21세기 한국 경제의 생존을 위한 중·장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중국이라는 거대 배후 시장 존재, 세계 주요 간선 항로 상에 위치, 발달된 통신 및 IT 인프라, 높은 교육수준과 양질의 노동력이라는 긍정적 요인과 협소한 내수시장, 외국인 생활환경 미비, 낮은 영어 활용도, 불안정한 노사관계라는 부정적 요인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IT를 중심으로 한 산업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이를 지원하는 물류와 금융시스템을 집중육성하고 인천, 부산·광양지역을 물류·산업혁신클러스터·금융 복합허브로 키우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동북아 허브 건설 정책에는 몇가지 문제가 보완돼야 한다.
우선 민간부문(기업)의 자율적 참여 확대를 위한 배려가 미흡하다. 특히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문제 해결과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참여를 위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안정적인 남북경제협력과 함께 수도권과 타지역의 상생적 발전을 위한 균형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는 중소기업이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혁신적 인프라와 시스템을 조성을 위한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건립,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동북아 중소기업의 메카로 만들어 중소기업의 동북아와 해외 진출의 전초기지로 만들어야 한다.
산·학·연 협력 강화로 중소기업과 지역경제 경쟁력 제고도 필요하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의 핵심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함께 지역혁신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이 전제되어야 하며, 산·학·연 협력강화로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경쟁력을 제고하고 아울러 지방중소기업의 경쟁력도 제고하여 지역균형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 물론 안정적인 남북관계와 함께 낙후된 북한 경제의 개발을 통한 인프라 확충과 상생적 남북발전이 전제되어야 한다.
일부 중소기업은 임가공의 형태로 북한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으나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시설 부족 및 과다한 물류비, 체계적인 정보제공의 미흡, 자금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효율적인 남북경협을 지원하고 정부 부처 및 유관기관·단체의 지원업무를 조정, 통합할 수 있는 ‘중소기업 남북경협센터’ 등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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