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송기술인연의 국적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지난 3일 ‘한-일, DTV주파수 전운’이라는 본지 기사가 나온 다음날 ‘정통부의 국민기만 시리즈 마지막이길 기대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내용은 본지 기사가 정통부의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최근 시민단체·언론노조 등에서 제기한 디지털 전환일정 중단 및 전송방식 변경 요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때마침 전송방식 변경으로 인해 한·일간 주파수 전쟁에서 어려워질 수 있다는 본지의 기사를 두고 연합회가 이렇게 오해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성명서를 들여다 보면 어리둥절해진다. 연합회는 일본이 울산MBC가 송출한 방송전파가 자국 남부 지역의 아날로그 방송시청을 방해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에 문제제기한 사실을 엉뚱하게 해석했다. 성명서는 “우리 정부의 DTV 주파수 배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오히려 일본이 선점한 주파수를 우리가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의 시청자를 위해서라면 일본이 선점한 주파수라도 가능하다면 우리가 뺏어오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기술인연합회가 밝혔듯이 국제연합기구가 중재를 했어야만 한다. 그런데 연합회측은 이러한 일이 마치 그릇된 일인양 표현했다. 성명서만 놓고 보면 어느나라 단체의 주장인지 헷갈린다.

 분명 방송주파수는 당사국간이건 국제연합 기구의 중재를 거치건 원만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협의가 어려우면 선점한 나라에게 우선권을 주는 게 통례다. 이 때문에 우리 남부지역 시청자들은 지난 40여년이상 일본 방송전파 월경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으며 일본 정부도 고자세를 취해왔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가 한일간 방송주파수문제에서 처음 주도권을 쥔 것은 어쩌면 ‘큰 사건’이다. 물론 연합회 주장대로 정통부가 전송방식 변경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러난 내용이 퍼져나가길 바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지적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무단사용하는 게 아닌가’ 운운하면서 논리를 펴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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