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외자유치와 통신사업

 외자유치가 지고지선(至高至善)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외자유치가 꼭 필요하다. 우리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80년대 말 이후 소비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총저축률(가처분소득에서 소비하고 남은 것)이 크게 낮아 지고 있는 추세다.

 총저축률은 지난 88년 40.5%를 최고치로 해마다 계속 떨어 지고 있다. 30%대를 유지했던 저축률이 지난해 20%대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률은 29.2%에 머물렀다. 저축률이 30%밑으로 내려가기는 지난 83년 이후 19년만의 일이다.

 이처럼 저축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소득감소 때문이 아니다. 소득증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증가율이 더 크기때문에 저축률이 하락하고 있다. 저축률이 낮아지면서 내부에서 조달가능한 자본이 부족할 수 밖에 없어 외자유치로 이를 메우는 수 밖에 없게 됐다. 따라서 정부는 외자유치에 신경쓰고 있다. 정부나 기업들은 앞다퉈 외국투자자들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달할 수 밖에 없다.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나쁠 게 없다. 5억달러의 외자를 유치, 회사의 장기적인 재무안정을 도모하겠다는 회사와 주주의 입장이 잘못되지 않았다. 또한 단기 이익을 쫓는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형태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 생각이 없다.  

 하지만 앞장서 외자유치를 이야기하는 정보통신부의 입장은 다르다. 외자유치를 강조하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하나로의 외자유치를 강조한 정책당국자들이 정말로 국내 통신산업의 중요성과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 묻고 싶다.

 통신은 우리의 신경망으로 국민생활편의뿐만아니라 국가 안위에도 매우 중요하다. 하나로통신은 초고속인터넷가입자 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사업자다. 따라서 하나로통신의 처리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나로통신 이사회 결의사항대로 외자유치를 하면 뉴브리지-AIG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제 3자 배정신주발행방식으로 5억달러를 유치하면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은 39.6%를 갖게 돼 1대주주였던 LG그룹보다 많은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고스란히 외국투자자에게 기간통신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을 갖다 바치는 꼴이 됐다.

미국의 경우 우리와는 정반대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홍콩재벌그룹 허치슨 왐포아사가 파산보호신청중인 미 장거리 통신업체 글로벌크로싱지분(2억5000만달러)을 매입할 계획이었으나 정부 반대로 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외국인 투자위원회는 글로벌크로싱의 광테이블네트워크가 적대기업에 넘어갈 경우 국익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 허치슨그룹이 인수를 스스로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국가 기간통신사업자가 외국인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할 우리 정부는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넘기라고 부추기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기업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의 기간사업인 통신사업이 외국인 투자자들 손에 경영권이 넘어가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하나로통신의 처리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한 점은 아무도 통신 사업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하나로통신은 시간이 있다. 10월21일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정책당국자나, 기업들은 비지니스 이전에 이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IT산업부 원철린 부장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