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IT벤처 `퇴출 괴담`

기술개발 몰두하다 자금난 허덕

 대구지역 벤처지원기관에 입주해 있는 IT관련 벤처기업들이 경영악화와 사업성 부재로 최근 줄줄이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

 27일 지역벤처 유관 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퇴출 기업은 대부분 기술개발에만 몰두해오다 자금고갈로 회사를 정리하거나 판로를 못찾아 부도를 맞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우려감과 함께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입주업체인 Q사는 최근 자신들이 개발한 멀티미디어 저작도구가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하자 부도를 내고 사무실을 비웠다. 지난 2년간 기술 개발에만 몰두해 온 이 업체는 지난해 8월 보급형 멀티미디어 저작도구를 출시하고, 지난 4월에는 관련 게임까지 개발해 출시했으나 개발기간과 투자비에 비해 시장반응이 극히 저조하자 결국 회사를 정리하고 진흥원을 떠났다.

 취업사이트를 운영해온 I사는 지난 6개월간 뾰족한 수익기반을 찾지 못해 사실상 취업사이트의 문을 닫았다. 이 회사의 경우 소비자들이 원하는 취업정보를 제때 업데이트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데다 자금을 투자받지 못한 것이 사업을 접은 원인이다.

 같은 입주기업인 W업체도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및 호스팅 사업을 해오다 최근 수익악화로 업종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 업체는 그동안 사업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기술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나 2명의 직원만으로 회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매해오던 입주업체인 N사도 지난해 8월 보드게임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흔들리고 있다.

 DIP 관계자는 “모바일 및 게임과 일부 문화콘텐츠 관련 분야의 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인데 웹관련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사정이 크게 악화돼 최근 4개 업체가 퇴출됐다”고 말했다.

 시장이 제때 열리지 않아 개발한 제품을 팔 수 없게 돼 회사 문을 닫은 업체도 있다. 모 대학 창업보육센터 입주업체인 C사는 벌써 몇 년전에 휴대폰 전파차단기를 개발했으나 전파차단기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관련법에 묶여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곳에 있는 또 다른 입주업체는 바이오 식품을 개발해 대규모 생산을 위한 기계 및 공장을 짓다가 자금줄이 막히는 바람에 부도위기에 처했다.

 비슷한 경우로 대구테크노파크의 한 입주업체는 시장성이 약한데다 적기에 자금을 공급받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창업 3개월 만에 회사를 정리했다. 지불게이트웨이(PG)업체인 이 회사의 경우 지역 게이트웨이 시장이 적어 사업성이 부족한데다 마침 자금투자를 하기로 한 업체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사업 초기단계에서 문을 닫는 상황이 됐다.

 대구테크노파크에 입주해 있던 인터넷쇼핑몰 분양업체인 S사도 시스템통합(SI)업체인 N사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돌파구 찾기에 나섰으나 M&A가 불발되면서 부도를 맞고 퇴출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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