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첨단산단 구축 `삐걱`

LG전자·화학 공장 부지 3년간 방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광주 첨단산업단지 입지도

 광주 첨단산업단지에 공장부지를 확보한 LG그룹이 3년이 지나도록 공장 착공계획조차 세우지 않아 집적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시너지효과를 얻으려던 당초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따라 광주시 등은 지방세 감면액 추징 및 토지재환매 조치 등 법적 대응을 통해 공장 착공을 유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칫 국내 간판 대기업의 유치 좌절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며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광주시 등 산단 유치를 통한 산업활성화 입안자들은 LG 측이 첨단산단의 입주를 포기할 경우 하남산단과 함께 지역의 대표적인 산단으로 조성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LG화학과 전자 입주에 따른 전자부품 및 의약품산업의 육성 계획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 광주공장 추진 상황=LG전자와 LG화학 측은 각각 지난 2000년 6월과 7월 광주시 북구 첨단산업단지 공장용지 30만5700여㎡(9만2500여평)를 271억원에 매입했다. LG전자와 LG화학은 이곳에 에어컨 컴프레서 등 전자부품 공장과 C형 간염 진단시약, B형 간염백신 등의 제약공장을 각각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이후 투자환경의 변화로 아직 착공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국내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과 생산라인을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여서 사실상 광주공장 건립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 분양에 들어간 광주첨단산단(208만2600㎡)의 분양률은 지원시설용지 91%, 산업시설용지 82.7%로 비교적 높고 인근에 광산업체와 연구시설이 집적화되고 있다.

 ◇광주시 등 대응 부심=광주시 등은 당초 공장용지를 분양받은 삼성전자와 엠코테크놀러지 등 대기업이 이미 공장을 설립, 정상 가동에 들어간 만큼 LG 측의 조기입주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LG가 용지 분양 이후 3년 이내 공장을 건립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취득세·등록세 등 지방세(17억6000만원)의 추징을 고려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산업단지의 전·후방 연관효과와 지역경제 기여도가 큰 LG전자 같은 대기업의 입주를 유도하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아울러 LG가 공장입주를 포기할 경우에 대비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도 ‘3년 내 공장을 짓지 않을 경우 원가에 환수할 수 있다’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업배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매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및 화학 측은 현재로서는 광주시 등의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망 및 해결대책=LG전자 및 LG화학 예정부지를 단지조성기관인 한국토지공사가 재매입할지는 불투명하다. 더욱이 토공이 부지를 매입해 판다 해도 선뜻 사겠다는 기업이 나타날지도 미지수여서 자칫 첨단산단 공장용지의 20% 정도에 달하는 LG 부지가 장기간 방치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남지역본부 손성운 과장은 “토공의 재매입 의사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지 규모 또한 커 LG를 대신할 새 주인을 찾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와 공단 측은 LG가 사업을 포기할 경우 부지를 재매입해 광산업집적화단지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계획을 구상 중이다.

 시 관계자는 “당분간 LG 측의 입장을 재확인한 뒤 공단 측과 다각적인 방법을 검토해 용도변경 등을 통해 분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