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얼룩 같은 무늬를 자유롭게 해석하여 성격을 진단하는 검사로 로르샤흐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의 정신상태를 감정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들의 단순한 재미를 위한 성격테스트로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무늬그림은 보는 이에 따라 아름다운 나비 모양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악마의 모습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무늬가 추상적이니까 정답이야 있을 수 없겠지만 차이가 생기는 것은 보는 이가 처한 입장이나 가치관이 그만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해석이 마치 로르샤흐 테스트 같다. 대북정책에서부터,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 카드 빚만 잔뜩 늘려놓은 신용카드 사업, 주5일 근무제 등을 보는 시각도 너무 크게 차이가 난다. 노무현 정부 들어 줄곧 일관성 있게 추진된 10대 성장동력도 마찬가지다.
10대 성장동력은 정부가 5∼10년 후 시장을 주도할 산업품목을 미리 선정,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산업을 육성, 선진국가로 도약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성장동력을 선정하는 것보다 시장의 기능에 맡겨 두는 것이 낫다고 했다. 강직하다는 평가를 받는 강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선정한 품목이 자칫 몇년후 시장의 흐름과 달라질 경우를 경계한 것이다.
오늘날 기술이나 산업은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러한 가능성은 있다.
어쨌든 정부는 22일 10대 성장동력을 확정, 발표했다. 기왕 결정을 했으니 만큼 정부는 앞으로 선정한 품목이 시장 주류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는지를 잘 살피고, 그것에서 그치지 말고 10대 성장동력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기 위한 환경조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것은 남은 과제다.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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